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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전국

《와신상담》 후영 감독과의 대화 1



MC : 후 감독님은 이렇게 긴 사극을 찍으신 적이 거의 없었는데요. 어떤 생각으로 이 작품에 임하셨나요?

감독 : 《와신상담》은 제가 처음으로 연출한 드라마입니다. 촬영감독으로 참여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감독으로는 처음이었어요. 작업 전에 아주 많은 친구와 동료들로부터 드라마 촬영이 얼마나 힘든지 들었었죠. 시간도 아주 오래 걸리고, 투입되는 물량도 많고, 드라마 하나를 위해 찍어야 하는 양은 영화 열 편 심지어는 수십 편만큼이라고요. 참 무서웠습니다. 사람의 에너지라는 건 그렇게 오랫동안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제게 드라마 촬영은 줄곧 넘을 수 없는 산 같은 뭔가였어요.

MC : 그래도 스스로를 시험해 보기로 하신 거군요.

감독 : 사실 아주 오래 망설였습니다. 아마 두세 달은 고민했을 거예요. 몇 번이나 사양하기도 했고요. 사의가 받아들여진 줄 알았는데 제작자 우성리 씨가 붙들고 안 놔주더니, 어느 날 갑자기 전화해서 북경에 왔냐고 묻는 거예요. 북경에 있다고 했죠. '근데 왜 연락을 안 해요?' '연락이라니 뭘요' '저희 다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거 안 하기로 된 거 아니었어요?' 아니라면서, 다들 날 기다리고 있으니 북경에 와서 이야기하자는 겁니다. 결국은 내일 저녁에 보자고 약속을 잡았는데 직접 만나 얼굴을 보니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그 자리 나갔더니 진도명 씨, 제작자, 제작주임이랑 간부급 분들이 전부 와 계셨거든요.

MC : 다들 감독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네요.(웃음)

감독 :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그냥 묵인했죠.

MC : 감독님이 이 드라마 작업에 참여하도록 끌어당긴 가장 큰 요인은 뭐였나요?

감독 : 작품의 규모입니다. 그런 예상을 했었어요. 그래도 괜찮게 찍어낼 수 있으면 해볼 만하겠다고요. 민간 회사들에서 찍어낸 후에 어디로 팔렸는지, 어디서 방영되는지도 모르게 되는 것과 다르니까요. 거기다 배우진을 봤더니 진도명 씨가 이미 하겠다고 했었고. 그래서 당시 제작자에게 진도명 씨가 싸인을 했으면 나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MC : 진도명 선생님과 아주 친하신가봐요.

감독 : 그런 건 아닙니다. 원래 일찍부터 알고 지내긴 했어요. 갓 졸업했을 때니까 1982년부터 알고 지냈는데, 한 번도 같이 일한 적은 없었죠. 이번에 비교적 서로를 깊이 알게 된 셈인데, 같이 일하는 동안 호흡이 아주 좋았습니다. 지금은 아주 좋은 친구 사이예요.

MC : 결국 아주 많은 이유들이 더해진 뒤에야 후영 감독님이 이 작품을 맡게 되신 셈이네요.

네티즌 : 매일 밤마다 이 작품을 생각합니다. 최근 몇년 간 이렇게 잘 만들어진 대하사극을 본 적이 없어요. 각본도 감독도 정말 공력이 대단해요. 이런 작품이 더 많아져서 중국 시청자들의 안목을 길러주길 바랍니다.

감독 : 아주 높은 평가네요. 감사드립니다.

MC : 후영 감독님은 영화 촬영을 많이 맡으셨죠. 드라마를 찍으면서 미술적 구도나 촬영 기법 등에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이 있나요?

감독 : 굉장히 많은 기자분들이 같은 질문을 하셨는데, 사실은 반대입니다. 제가 그걸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네가 잘 하는 건 고작 이게 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 그것들보다는 저 스스로에게 도전이 되는 다른 부분에 더 정력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면 각본의 제어라든가, 전체적인 통제, 리듬감과 단계적으로 변하는 감정에 대한 제어. 연기에 대한 제어를 포함해서요. 특히 연기를 통해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 소양이 아직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도명처럼 뛰어난 연기자들과 손발을 잘 맞춰야 했고, 그들이 제게 줄 수 있는 도움을 찾아냈죠. 그 부분에 있어서 진도명 씨는 이 작품에 정말 많은 공헌을 했어요. 그 자신의 연기와 연출을 포함해서 아주 뛰어난 발상이 많았습니다.

MC : 너무 겸손하시네요. 진도명 선생님 이야기를 해 보죠. 많은 사람들이 진 선생님은 대단한 배우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중략) 하지만 요즘 《와신상담》에 관한 최신 소식들을 보면 진 선생님이 월왕 구천에는 그다지 안 어울리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예전의 강희제가 남긴 흔적이 너무 크다는 말도 있고요. 감독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감독 : 그런 반응은 몇몇 군소 매체 기자들이나 웹사이트에서 과장한 겁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있는 시청자는 아주 적어요. 그런 사람을 찾으려고 해도 못 찾을 걸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웹에 포스팅을 하면 그 포스팅이 백 퍼센트로 바뀌는 거죠.
제 생각에 구천은 진도명 이외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가장 어울려요. 다시 생각해 봐도, 그런 구천을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제 생각에 그의 연기에 대해 반응한 포스팅이나 평론은 모두 10화 이전의 것들입니다. 하지만 10화가 되고 나면, 특히 20화에서 오의 노예가 되어 계단 아래 죄수가 된 뒤에는 시청자의 반응도 바로 변했어요. 시나 웹사이트에서 '점입가경의 와신상담, 진도명의 연기 내공'이라는 기사를 봤었는데 아주 객관적으로 쓰인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논리적이어서 앞에서 이야기한 그런 사람들은 발 붙일 곳이 없는 글이었어요. 그런 관점을 가졌던 사람들은 뒷부분을 안 봤던 거죠. 우리는 일부러 앞부분에서는 구천이 좀 더 날뛰고 좀 더 사납고 좀 더 격렬하도록 띄워 놨었습니다. 그렇게 띄워 놓고 뒤에 가면 억누르기로 계획을 세웠죠. 오의 노예가 된 후로 구천이라는 사람의 심리 상태는 완전히 변합니다.

MC : 인물 성격의 대전환을 위한 포석이었던 거군요.

감독 : 그래서 뒷부분을 본 사람들은 그런 반응이 없어요. 진도명의 연기는 계획된 거였구나, 뒷부분을 위한 포석이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거죠. 뒷부분 내용을 포함한 평도 보았습니다. 전개가 너무 느리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요. 사실 제목 때문에 오해가 생겨났다고 봅니다. 와신상담이니 2화쯤 되면 와신상담하는 내용이 나오겠거니 하는 건데, 사실 우리 드라마는 정확히 말하면 와신상담 전의 이야기거든요. 왜 와신상담을 하는지, 와신상담의 내력은 어떻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죠. 그래서 우리 드라마에서는 30여화가 되어야 와신상담이 나옵니다. 와신이 약간 먼저고 상담은 제일 마지막이죠. 아마 38화 혹은 39화쯤으로 거의 끝일 거예요.

MC : 원래부터 그렇게 계획된 플롯이었나요?

감독 : 네.

MC : 시청자들이 생각하던 그런 게 아니고요?

감독 : 그렇죠.

MC : 전개 속도 문제를 이야기하셨는데, 굉장히 심오해서 쉽게 이해가 안 된다는 시청자들도 있습니다.

감독 : 있을 수 있죠. 각본을 놓고 토론이 벌어지거나 촬영 도중 각본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현장에서 각본을 고치게 되는데, 항상 기준이 있었어요. 이 작품을 보는 시청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지였습니다. 그래서 플롯을 짤 때 리듬이나 전개를 모두 비교적 빠르게 했어요. 요즘 드라마들의 전개 속도를 놓고 보면 제일 빠르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빠른 거라고 생각합니다.

MC : 네티즌 의견입니다. '이렇게 섬세하고 대범하고 연기자도 다들 훌륭한 드라마를 왜 깎아내리는 거죠? 다들 마음을 가라앉히고 감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악다구니와 험담 뿐이라면 너무 슬픈 일이에요.' 저 역시 제작진 전체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네요.

감독 : 요즘 들어 그런 현상이 있지요. 군소 규모 매체들의 기자들은 조용한 걸 제일 겁냅니다. 먼지를 좀 피워내기만 하면 시선을 받을 수 있고, 신문이 되는 거거든요. 모 매체의 기자가 진도명의 연기가 강희 같다는 둥 공격한 것처럼 말입니다.

MC : 기자들이 작가 이야기도 했었는데요.

감독 : 그 이야기는 잠시 뒤에 하죠. 그 모 매체의 기자 말인데, 진도명의 구천 연기가 강희만 못하다고 어쩌고 저쩌고 하고 있어요. 몇년 전에 강희왕조가 막 방영됐을 때 그 기자는 진도명이 연기한 강희가 좋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또 강희 연기는 어디 어디가 좋았고 구천은 어디 어디가 나쁘다는 둥 얘기하거든요. 그러니 이런 사람은 진지하게 뭘 평가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조용한 게 겁나는 거지요.
작가 이야기를 하셨는데, 글쎄요? 모 사이트가 기사를 인용해서 보도한 건 무책임한 거라고 봅니다. 어떤 기사였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법제만보』였던 것 같아요. 『법제만보』는 원래부터 신뢰성이 떨어지는 매체였죠. 특히 연예 부분은 헛소문투성이입니다. 끌어다 쓴 부분에 인용 부호까지 붙였던데, 작가 이삼상이 누구누구누구가 구천을 연기했으면 더 나았을 거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우리 제작진의 일원인 사람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습니다. 만일 했다면 그가 무책임한 것이고,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그걸 보고 그런가보다 했을지 몰라도 저는 보자마자 꾸며낸 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런 기사는 왜 내는 거지? 너무 무책임해, 하고요. 저는 줄곧 우리나라에 '신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기자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해서 기사를 쓸 때 반드시 신중해져야 합니다. 올챙이 두 개를 써넣는 건 아주 쉬운 일이지만, 법률적인 책임이 뒤따라야죠. 진짜 그런 말을 한 건지. 만일 고소가 들어오면 법률적 책임을 지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