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은 현장에서 촬영팀이 대본을 즉석으로 고치는 일이 많은 편이고 최근 들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러다 결국 작가와 배우 간에 공공연히 분쟁이 일어나는 일까지 벌어졌던 듯. 그에 관한 방송작가와의 인터뷰 중에서)
《와신상담》과 《초한전기》에서 진도명과 함께 일했던 왕해림 작가는 진도명은 대본을 고치기 전 그와 상의했다고 말했다. "진도명 씨는 보통 먼저 말을 했어요. 내가 스탭들에게서 십여 킬로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기사를 보내 데리러 왔던 적도 있습니다. 마주앉아 이야기를 해 보면 다 각본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죠. 어떤 배우들은 그렇지 않아요. 개인적인 이익 때문에 각본의 위에 서려고 하거나, 자기가 못 외우는 긴 대사를 어떻게 하면 좀 편하게 바꿀지 고민하거나, 대충 몇 번 보고는 제 방식대로 연기하면서 멋대로 대본을 고치고 작가에게는 동의도 구하지 않죠."
왕해림은 진도명이 각본을 아주 존중했다고 이야기하면서, 그가 자주 했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나는 글재주가 없어요. 있었으면 내가 가서 각본을 썼겠지. 내 생각을 말할 테니까 그걸 어떻게 써내면 더 좋아질지 봐 주세요."
『요녕일보』 2014. 3. 18.
각본가 이삼상에 의하면, 처음에 진도명은 각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와신상담》의 구천과 부차는 모두 태자로 처음 등장하고, 이야기는 그 아버지들의 패권 다툼에서부터 시작되지요. 진도명은 구천이 왕이 되는 부분부터 시작하자고 했어요. 자기 자신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선생님, 제가 올해 오십입니다. 태자로 보일 것 같으세요?' 나는 내 나름대로의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나중에 촬영 들어가기 전이 되니 그가 그냥 태자 때부터 시작하자고 하더군요. 내 생각에 배우는 디테일과 캐릭터의 성격은 파악할 수 있어도 각본을 총괄할 수는 없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역시 각본을 존중해야죠."
(중략)
서시 역의 안이헌은 가끔 보면 서시가 구천보다도 불쌍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시는 추위와 배고픔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창백한 얼굴빛을 만들기 위해 촬영 전까지 문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비타민 C가 든 과일을 먹어대야 했다. 활발하고 놀기 좋아하는 아가씨에게는 고통이었다. "제 의상은 얇고 사락거리는 비단들이었는데, 아주 우아하고 고전적인 미녀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었죠. 심지어는 말할 때도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해야 했어요. 촬영장은 영하 8도까지 떨어지는 곳이었는데 추워서 머리가 다 곤두섰어요."
『성시만보城市晩報』 2008.2.28.
《강희왕조》에서 이미 제왕을 맡은 바 있는 진도명은 월왕 구천을 연기한다. 이번에 '와신상담'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진도명은 구천이라는 인물의 불요불굴하는 모습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구천이라는 사람은 아주 특이합니다. 그의 복수심은 사람을 끌어당겨요." 진도명 판 구천은 그가 연기했던 강희와 비슷하고, 패기가 지나쳐서 함축적인 맛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진도명은 마음 속에서 구천을 수 년 동안 다듬어 왔다고 말했다. "그냥 이게 내 얼굴입니다.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내도 이 얼굴에서 못 벗어나죠. 연기자가 천의 모습이라는 건 그냥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같은 얼굴인데 어떻게 비슷한 점이 한 군데도 없겠습니까."
사극 시나리오는 신중하게 검토한다고 말한 바 있는 호군은 이제 다시금 '전포'를 입고 역사적 평가가 갈리는 인물인 군왕 부차를 연기한다. 호군은 부차라는 인물의 비극성이 그를 움직였다고 말했다. 대본에서 부차가 서시에게 말하는 "나는 이제 출정하오. 이 얼음이 다 녹는 때가 내가 승리하고 돌아오는 날이오."라는 대사에서 부차의 내면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천하와 사직에 대한 포부를 품고 있으면서도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정이 깊은 인물이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인하여 부차는 결국 역사에 선택받지 못한 군왕,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택받지 못한 사내가 된다.
『신문만보』 2008. 2. 27.
가일평은 처음 후영 감독이 그의 범려야말로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인정해 주었을 때 사실 진도명은 끄덕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 때는 가일평 자신조차도 스스로가 범려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었다. 옛 사람은 그에게 너무 생소했다. 어떻게 말하고 걷는지, 앉을 때는 어떻게 앉는지 전부 자세한 연구가 필요했다. 역사적 유명인, 그것도 당대 천하에서 가장 현명했다고 칭해지는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 어떻게 쉬운 일이겠는가. 캐릭터 조형에는 자신 있었던 가일평이었음에도, 책과 인터넷 검색 등을 거쳐 범려에 대한 기록이 엄청나게 적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로는 대단한 압박감을 느꼈다.
만일 그의 범려가 시청자들로부터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 감사는 '라오다오'의 직언에 돌려야 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와신상담》 촬영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십여 장면을 찍고 난 가일평에게 갑자기 진도명이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정중하게 경고하는데, 내 생각에 지금 네 연기는 그다지 좋지 못한 것 같다. 잔머리로 연기하고 있는 느낌이다. 네가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일 수도 있지만, 딱 한 번만 말하는 거다.' 편집실에서 촬영분을 보던 진도명이 그의 연기에 불만을 느낀 것이었다. 문자를 본 가일평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괴로워하다가 저녁에 진도명을 찾아가 반나절이나 이야기를 나눴다. 진도명의 말에 따르면, 가일평이 잘 연기해 낼 능력을 갖고서도 맥을 못 추고 있었다고 한다.
가일평은 진도명의 따끔한 질책 덕택에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범려의 '마음'에 대해 감을 잡았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작진이 기다려 오던 큰 눈이 내렸다. 각본대로라면 월이 패전하는 부분에는 범려가 구천 앞에 무릎을 꿇고, 오에 항복하여 후일의 재기를 도모하라고 권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은 가일평이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찍게 될 매우 중요한 장면이었다. 눈이 왔기 때문에 제작진은 현장에서 촬영 계획을 변경하여 그 장면을 찍기로 했다. 대사가 현장에 도착한 뒤에야 받아본 가일평은 당시 대본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대사가 거의 두 페이지에 가까웠던 데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읊어야 했다. 거기다 날씨가 바뀌기 전에 급하게 찍어야 했으니, 그 장면을 찍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하늘의 도우심이라도 있었는지 가일평은 짧은 시간 동안, 그것도 단번에 그 장면을 해냈다. 그는 그 장면이야말로 《와신상담》 연기에서 분수령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 날부터 자신이 만들어낸 범려에 대해 자신감이 충만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나중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범려와 구천을 한 쌍의 지기로 해석했다며, '검과 검집의 관계'라고 표현했다.
《와신상담》의 대사에는 문어체가 적지 않은데 그는 매일 많은 시간을 들여 각본을 읽고 대사를 낭독해 보았다고 한다. 그 정도로 노력하지 않으면 대사를 어떻게 쳐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와신상담》의 각본은 아주 간결해서 캐릭터 간에 '쓸데없는 말'이 거의 없었고, 특히 범려 대사는 구구절절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말들이라 오늘 하는 말이 내일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는 식이었다. 그러니 연기할 때에도 그만한 공을 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예민한 시청자라면 《와신상담》 속 범려가 나이 들어 보이는 분장을 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범려는 첫 등장에서부터 수염을 붙이고 나온다. '잘생긴 소년 서생'의 모습을 포기한 것에 대해 가일평은 아쉬움이 있는 듯했으나, 사실 분장팀의 본의는 아니라고 한다. 원래 역사상 처음 월에 온 범려는 아주 젊었다. 그러나 극중에서 여러 대신을 맡은 연기자들은 대부분 원로들이었고, 한 무더기 노신들 속에서 지나치게 젊어 보이면 시청자들이 미덥지 못하게 여길 거라 생각한 후영 감독은 범려를 반드시 '나이 들어 보이게'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멋진 수염을 단 새 모습에 대해 가일평은 이것도 아주 멋있는 것 같다며, 시청자들도 좋아해 줄 거라고 말했다.
《와신상담》에서 범려와 서시의 사랑 이야기는 극중 하일라이트다. 안이헌이 연기한 서시에 대한 가일평의 평가는 '귀여운 여자애'라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제각각의 서시가 있고 심미안도 다 다르기 때문에, 영상매체에서 제일 고르기 어려운 것이 이런 역의 배우고 언제까지고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왕 그렇다면 귀여운 서시가 하나쯤 있어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일평은 범려를 통해 소원을 반쯤 이룬 셈이라고 털어놓았다. 본래 그는 줄곧 '망국의 군주'를 연기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는데, 개국군주보다 망국의 군주가 좀 더 심각하고 내면이 복잡하며 연기로 뚫고 나가 볼 여지가 있어서란다. 범려는 '망국의 신하'로서 임금을 도와 나라를 부흥시켰으니 반은 이뤘다는 것이다. 그는 《와신상담》을 찍으며 얻은 경험을 소중히 할 것이라면서, 시청자들이 그의 범려를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나오락新浪娛樂』 2007.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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