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과 함께 봐 주세요.
오역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거기서 가장 중요한 건 배우가 아니에요. 각본에서 시작해 마지막으로 손에 쥐게 되는 소품까지, 배우는 화면 앞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구현해 내야 하는 마지막 바통이에요.
내가 있었던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니에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점수는 배우 한 사람이 책임질 수 없는 거예요. 좋건 나쁘건 간에.
요즘 여위셨네요.
지금은 다시 좀 불었어요.
촬영 때는 일부러 다이어트하셨나요?
아뇨, 그때는…… 사실 처음에는…… 헬스를 좀 할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누가 건강식을 추천해 줬죠. 소금과 기름을 일절 안 쓰는 건데,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어요.
로 대표라면 절대 먹지 않았을 것 같은 음식이네요. 별로 맛이 없었나 봐요.
그렇죠. 로 대표가 아니라, 아마……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다 별로일 거예요. 정말로, 소금과 기름을 안 쓰면 무슨 맛이랄 게 없어요. 저는 먹는 것에 대해 특별히 요구하는 바가 없는데요. 에너지만 채워지면, 배부르면 되거든요. 그래서…… 한 달을 그렇게 먹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처럼 까다롭지 않은 사람도 도저히 못 버티겠더군요. 한 달이 지난 뒤에는 그만뒀죠. 한 달 좀 넘어서. 두 달 동안 찍은 작품이었는데.
먹는 것에 까다롭지 않은 분이 아주 까다로운 미식가 캐릭터를 연기하셨네요.
그래서 참 어려웠어요.
이 작품을 찍는 동안 부담을 많이 받으셨다면서요.
굉장히 많이 받았죠. 여러 가지로. 저는 트렌디 드라마를 해본 적이 없어요. 이런 로맨스, 로맨스에 국한된 트렌디 드라마죠. 플롯이 강렬하지 않은 드라마.
플롯이 강렬하지 않다고요?
나라와 가문에 연관된 원한과 복수 같은 게 없잖아요. 신비한 출생이라거나, 아니면…… 인물이 겪는 사건에 심각한 부침이나 기복이 없다는 거예요. 《아희환니》는 그런 극이죠.
하기로 결정한 당시에는 어떤 마음이셨어요?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그때는 뭘 잘못 먹었는지.
본인이 하고 싶었던 건가요, 아니면 주변 친구들이 설득한 건가요?
제작자가 원래 저와 교분이 있던 분인데요. 저더러 하라고 고집을 부리셨어요. 제작자는 제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못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못 할 거라고 생각하셨다고요?
못 할 것 같았어요. 시도해 본 거죠. 제가 비교적 자신 있는 유형의 캐릭터가 있다면, 어떤 유형은 정말로 시도해 봐야 해요. 로진이 그런 경우였죠.
예를 들자면, 총격전처럼 거친 이야기. 혹은 《의천도룡기》 같은 무협극. 마지막에 완성된 버전을 보면 당연히 특수효과가 더해져 있잖아요. 총격전 같은 것은 그런 게 추가되죠. 그렇게 완성된 것을 보면 신선한 느낌이 드는데요. 저한테 《아희환니》 같은 극은, 제가 시청자라면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니까 계속 감상하고 싶은 마음을 조금 잃는다고 할까요. 그래도 계속 볼 수는 있겠죠. 제게는 그렇다는 거예요.
로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면서 소소하게 덧붙이신 부분이 있을까요?
로진이라는 캐릭터는, 제가 연기한 현대극 중에서 저 자신의…… 저 자신을 가장 덜 불어넣은 캐릭터예요. 최대한 저 자신을 없애려 했던. 왜냐하면 관념적으로, 논리적으로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래서 부담스러운 작품이었다고 한 거예요. 저로서는 시도해 봐야 했고, 그 시도가 일종의 도전이었기 때문에요.
선생님 본인은 (로진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리 말이 많지 않고, 더 내성적이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저는 굉장히 둔하고, 감성지수가 높지 않아요. 그건 저의 단점이죠. 저 자신은 연기자이고,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수많은 사람이 보잖아요. 방영될 기회를 얻는다면 그렇게 되는데요. 그런 상황 자체가, 아주 과시적이죠. 내 연기를 수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평소의 저는…… 제가 곧 그 캐릭터도 아닌데 그렇게 으스댈 자격이 없지 않을까요.
방금 감성지수가 낮다고 말씀하셨는데, 조금쯤은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도 좋은 일 아니겠어요?
그게 저 자신이니까. (그렇죠) 방금 그게 제 단점이라고 말했지만, 그게 저예요. 예를 들면…… 저는 사람 대하는 데에 서툴러요. 남에게 잘…… 선물도 잘 못 챙기고요. 듣기 좋은 말도 잘 못 해요.
자기 생각이 뚜렷한 편이라 남의 말에 귀가 팔랑거리지 않으시는 편일까요. 귀가 두꺼운 사람.
엄청 두꺼워요. 만져보실래요? 정말 두꺼워요. 그냥 형용사가 아니에요. 아주 곧이곧대로죠. 가끔은 그대로 벽에 들이받을 만큼. 더 중요한 건, 들이받아 놓고도 후회하지 않아요. 그냥, 졌다고 생각하죠. 혹은 실패했다고. 하지만 졌으면 진 거지, 아무렴 어때, 그런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둔하다는 거예요.
줄곧 그런 성격이셨나요, 아니면 나중에 마인드가 변한 건가요?
아니에요, 어릴 땐 안 이랬죠. 지금보다 젊었을 때도 안 이랬어요. 이십 대에는 안 그러다가, 서른 즈음부터 바뀌고, 서른여섯 때 완전히 변하기 시작했어요. 어릴 때는 삶의 도리나 철학에 관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곧이듣지 않았죠. 방금 말했듯이 귀가 두꺼웠어요. 물론 어떤 때는 남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걸 잘 알았는데요.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죠.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서요. 그러다가…… 어느덧 이 나이가 되고 나니까…… 지금 제 나이였던 옛날의 형, 누나들이 이십 대의 제게 해줬던 말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스스로 체험하고 겪어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어요. 어떤 건…… 젊은 사람, 혹은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경험을 말해 봐야 소용없는 것 같아요. 직접 겪어 보는 것만 못해요. 그러다 보면 깨달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또…… 이별을 겪어 보고, 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그런 가정사를 겪으면서 자연의 법칙을 좀 더 이해하게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옛날 본인이 형이나 누나에게서 들었던 것처럼, 현재의 이십 대나 그보다 더 젊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실 때도 있나요?
한마디 하고 싶을 때도 있죠. 하지만…… 다 그만뒀어요. 말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저 자신이 남의 말을 듣지 않았으니까요. 그 무렵에는요. 그때의 저와 지금 저를 비교할 때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다른 사람의 의견 듣기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무척 싫어했는데, 지금은 참 좋아해요.
지금은 예민하신 편인가요?
배우라면 예민해야 합니다.
세상과 삶을 민감하게 느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맞아요. 어떤 순간이든 포착해야 하니까요. 아주 중요하죠. 예민함을 잃어버린다면 너무……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하지만 그런 예민함을 줄곧 유지하면 정서에 어떤 영향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에요. 예민함은 정보를 포착하는 감지력이에요. 우리는 눈, 귀, 코, 혀, 몸을 통해 이 세상의 수많은 사물을 감지하죠. 하지만 예민하다는 것이 곧 반응도 예민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예민함 뒤의 조건반사죠. 예를 들면, 지금 제게 듣기 나쁜 말을 하셨다고 치죠. 저는 예민하게, 속으로 그 말이 불편하다고 느낄 거예요.
그럼 그 불편함을 티 내실 건가요?
아마 티 내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제 예민함이 부족한 것 아닐까요? 제가 예민하다면 그 말 때문에 불편해하신다는 걸 알아차릴 텐데요.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요. 사람마다 자기 세계가 다르니까요. 세계를 바라보는 눈도 저마다 다르고요. 저는 당신의 세계를 볼 수 없고, 당신도 제 세계를 볼 수 없는 거죠. 그러니까 세상에 완전한 공감이란 건 없어요.
꼭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그 말씀은 너무 단정적으로 들리네요.
세상에는 원래 절대적으로 단정적인 것도 없는걸요. 완전한 공감이 없다는 말은…… 당신과 저의 통각 신경이 다른 거예요. 똑같은 힘이 담긴 충격을 받더라도 우리가 느끼는 바는 달라요. 제가 묘사하는 아픔과 당신이 표현하는 아픔도 다르겠죠. 사람들을 빅데이터로 분석할 수는 있어요. 별자리를 공유하는 것처럼요. 다들 이 별자리는 이렇다, 저 별자리는 저렇다고들 하죠. 하지만 사실 별자리라는 건…… 화제를 좀 벗어난 것 같은데, 몇 마디만 더 할게요.
괜찮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엔 따로 테마가 없어요. 편하게 한담을 나누는 게 주제예요.
그럼 편하게 몇 마디 하겠습니다. 별자리는 한 달을 기준으로 셈하죠. 그 한 달 안에 드는 사람의, 80% 혹은 70%쯤 되는 부분을, 성격을 추출해서 통계를 내는 거잖아요. 별자리 성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 이야기에 내 성격 요소가 한둘 정도는 들어 있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더 세밀하게 본다면, 그렇게 정확하지 않아요. 나의 진정한 자아와 성격이 어떤지는 분석할 수 없어요. 그래서 별자리를 또 48개로 나눠요. 48구역이면 좀 더 잘 맞겠죠. 일주일로 따지는 거니까. 그렇게 하다 보면 아마 48개가 더 정확하다고 느껴질 거예요. 하지만 48개 별자리도 매 일주일에 속하는 사람의 빅데이터를 추출한 거죠. 그러니까 사람은 전부 다르다는 거예요.
그렇게 따지면 사주팔자가 더 정확하겠네요. 태어난 시각과 위치까지 따지니까요.
사주팔자는…… 중국 문화에 대해 잘 아신다면, 저는 약간밖에 모르지만요. 팔자의 기원은 사실…… 효(爻, 팔괘의 각 획)잖아요. 최초에는 음과 양을 상징하고, 해와 달을 형용하는 거였어요. 상고 시대의 현명한 사람들, 우리 조상들이 해와 달을 이용해 주변의 기상 변화를 기록했던 것이죠. 농사가 더 잘 되게 하려고, 생존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문화는 살아남기 위해 발생한 거죠. 모든 것이 생존을 위해서였어요. 그런 뒤에 그 데이터를 써서 음력과 양력이 생겼고, 각종 절기가 생겼고, 그런 것들도 만들어졌죠. 음과 양은 팔괘가 되고요. 결국은 모두 빅데이터를 이용해 주위 자연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어요.
이제 어지간한 일로는 심적 동요가 크지 않으실 것 같아요.
기쁜 일은 그래요. 기쁘지 않은 일은…… 그러기 힘들죠.
어떤 걱정을 하세요?
지금은 걱정이라는 것이 아무 의미도 소용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일을 걱정해 봐야 그 일이 그대로 일어난다면, 소용이 없잖아요. 걱정하고 있느니 어떻게 해결할지를 생각하는 편이 낫죠. 시간이…… 제 생각에는,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났지? 같은 말, 참 좋은 것 같아요. (시간을) 쓸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데에 쓰는 것.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가 함께 게임을 하면서 둘 다 즐겁게 놀았다면, 저는 그렇게 시간을 쓰는 것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에 공부를 해야 했다거나 일을 해야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본인에게 의미가 있다면 괜찮다) 맞아요. 나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면, 무슨 일이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지금까지 참 많은 작품을 해오셨고 연기력도 인정받고 있는데 특출나게 잘 나간 적이 없다고, 그래서 참 아쉽다는 사람도 있고요. 잘 나간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두 가지 지점이 있는데요.
우선 저는, 만약에, 제가 연기를 아주 잘한다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 제가 볼 때 그건 패러독스예요. 저는 연기를 잘하면 반드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면, 대다수 사람은 그런 일을 겪지 않잖아요. 거꾸로 말해서, 제 연기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게 첫 번째고요.
두 번째 문제는, 이럴 수 있어요. 어떤 기회를 얻었는데, 작품을 찍었는데, 방영이 안 되는 거죠. 마침 내게는 너무나 좋았던 기회, 행운을 만났던 때에, 그 기회를 잃어버린 거예요. 그런 것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죠. 제가 할 수 없어요. 시운이라는 것은 장악할 수 없어요. 상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니까요.
이 두 가지 사실을 바탕으로 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저 자신의 문제를 찾아내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일이고,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은 저도 통제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기회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죠.
시청자로서, 저 역시 한 사람의 시청자니까요. 제가 영상 산업에 종사하니까 시청자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 저 자신도 시청자예요. 시청자로서, 어떤 사람의 연기가 좋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 작품을 보겠죠. 남들이 그 사람 작품 좋다고 해서 꼭 보고 싶어지지 않아요. 작품이 좋다는 건 무엇을 갖고 평하는 걸까요? 작품이 좋다 나쁘다, 혹은 누군가의 연기가 좋다 나쁘다는 것은 많은 사람의 인정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소수의 인정이 아니고요.
외국, 영상 산업이 대단히 발달한 나라들이 있죠. 영상 산업의 초강대국. 그런 곳에서는 연기 잘하는 스타, 배우, 베테랑의 기용에 관심이 없어요. 신경 쓰지 않아요. 아무래도 좋은 거죠. 하지만 그 작품이 상영되면 거기 나온 배우들은 유명해져요. 왜 그럴까요?
그런 곳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배우를 선택할까요?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지의 여부? 아니면……
저는 알 수 없죠.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을 김수현이 연기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요. 그 작품 전에 김수현을 본 적 있으세요?
아뇨. 없어요.
그 작품 때문에……
맞아요. 최근에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출연했는데, 저는 김수현 때문에 그 작품을 봤어요.
《별에서 온 그대》는 김수현을 보려고 보신 게 아닌 거죠. 전지현을 보려고?
전지현도 아니고, 내용이 마음에 들어 본 거예요.
그렇군요. 줄거리가 좋아서. 저희 일은 사실상 하나의 생산 라인과 같죠. 거기서 가장 중요한 건 배우가 아니에요. 배우는 그저 마지막을 완성하는 장기말에 불과합니다. 각본에서 시작해 마지막으로 손에 쥐게 되는 소품까지, 배우는 화면 앞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구현해 내야 하는 마지막 바통이에요. 그 앞의 과정은 생산 라인이고요. 아주 방대한 생산 라인이죠. 모든 부문을 정교하고 훌륭하게 제작해야 하고, 모든 부분에 인재가, 재능이 있어야 하고. 그런 일이에요. 다르게 말해 볼까요. 만일 배우가, 마지막 바통 역할을 맡는 사람이 신인이라고 치죠. 그리고 그 앞에서 아주 뛰어난 사람들이 무리 지어 일한 결과가 그에게로 옵니다. 그렇다 해도 보는 사람은 여전히 그 배우가 빛난다고 여길 거예요. 각본부터 연출, 촬영, 미술, 분장, 소품, 편집이나 특수효과 등등, 모든 것이 다 그를 위해 맞춤으로 진행되었을 테니까요.
그럼 부담이 너무 크겠네요.
왜 부담이 크죠?
배우가 모두를 짊어지고 있으니까요.
이 생산 라인은 아주 원활하게 돌아가는, 그리고 산업화한 라인이에요.
하코네 역전 마라톤 같은.
(일본 도쿄부터 하코네까지 이틀 동안 217.1km를 10명이 나누어 달리는 마라톤 경기)
그러니까 우리 영상 산업은, 그쪽으로 발달한 국가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격차가 있는 거죠. 우리는 그들처럼 할 수 없어요. 어떤 작품에서건 배우 한둘은 나오는, 그런 경우가 아주 적죠. 비율이 낮다는 거예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그쪽은 더욱 그렇죠. 마블이건 미국 드라마건…… 더 그래요.
사실 제가 방금 한 이야기는, 영상 산업 혹은 좀 더 통속적인 말로 드라마나 영화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어요. 하나의 캔버스와 같죠. 그 작품, 캔버스, 혹은 제품을 완성하려면 거기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중요해요. 배우 하나의 공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배우의 공헌이 가장 적다고 생각합니다. 프리 프로덕션 때 투자를 받느라 노력하고, 돈을 들이고, 조율하고, 시장 조사를 하는 등등…… 내가 있었던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니에요. 내 덕분에 이런 효과가 나온 게 아니에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고, 그 결과, 점수는 배우 한 사람이 책임질 수 없는 거예요. 좋건 나쁘건 간에.
하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그런 것을 배우의 몫으로 돌리죠.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죠. 스크린에 보이는 건 배우니까요.
배우로서, 유명인으로서 (대중을) 이끌어 나가야 할 책임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퍼뜨리고 싶어요. 긍정적 에너지라는 건 적극성이죠. 적극성은 긍정적 에너지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의 일종입니다. 다른 형용사는 여기서 이야기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적극적 태도라는 것은 긍정적 에너지의, 제 마음속에서는 그게…… 뭐라고 해야 할까요, 긍정적 에너지의 주춧돌 같은 것입니다. 긍정적 힘의 시작이 적극성인 거죠. 어떤 문제를 맞닥뜨려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
원동력이라는 거군요.
말씀하신 그 단어가 더 적확할 것 같아요. 그거예요. 그리고…… 그 밖에는…… 제가 배우로서…… 외국 배우와 비교해 볼까요.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사실 좋은 배우는 별로 나서지 않아요. 평소에는 별로 자신을 여기저기 홍보하지 않죠. 제가 본 바가 적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찾지 못한 건지 모르겠네요. 예를 들면…… 피트.
어느 분이죠?
브래드 피트. 평소엔 별 홍보를 하지 않잖아요.
우리와는 너무 멀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그럼 한국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더 가까우니까.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하정우 같은 분들.
확실히, 그런 분들은 작품이 나올 때 공식 홍보활동이 전부죠.
작품 홍보 때만 나오잖아요. (맞아요) 평소에는 아주 드문 것 같아요. 그러니 누군가를 이끌어야 한다는…… 방금 말씀하신 그런 문제, 그런 책임감은 없을 거고요. 제 생각에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강문 선생님, 이설건 선생님, 예대홍 선생님…… 연세가 좀 있으신 예술가들, 선생님들도 평소 예능 같은 데에는 안 나오시죠. 그러니까 그런 분들도 없는 거죠. 그분들께 그래야 할 책임이 있을까요?
아마 나이가 좀 더 어린 시청자가 듣는다면, 그 발언의 옳고 그름에 관해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네요. 하지만 배우에게 본래 그런 책임이 있다고 할 순 없죠.
저도 어렸을 적에는 스타의 팬이었으니까 아주 잘 알아요. 제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사람과, 어른이 된 뒤에 좋아하는 사람은 다를 수 있죠. 나이를 먹어가면서 성장해야만 깨달을 수 있는 변화예요. 내가 이 사람 작품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연기 스타일을 좋아하는구나, 하고요. 지금 말해 봐야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지만요.
일리가 있네요. 나이에 따라 읽는 책이 달라지는 것처럼요. 그때는 그 말이 아주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먹어서 다시 보니 나에게 더 알맞은 것은 따로 있었고……
어린이는 어린이 책을 보잖아요. 지금 다시 어린이 책을 보면 아무래도 어색할 거예요.
맞아요.
외교관에게는 그런 책임이 있죠. 국가의 이미지, 정치적 이미지를 대표하니까요. 배우는 캐릭터를 대변할 뿐이고…… 제가 오늘 여기 나온 것은 제가 연기한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빚어낸 캐릭터니까요. 그 외에는 기껏해야 저 자신에 대해 몇 마디 하는 것이 전부겠죠.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제가 하는 말은, 어떤 사람들에겐 듣거나 말거나 상관없을지 몰라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안 듣는다고 해도 부정적 영향을 주진 않을 거고요. 좋거나 나쁘거나 할 것이 없겠죠. 저란 사람은 별 이야깃거리가 없네요.
하지만 아주 편안한데요.
감사합니다.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참 편안해요. 대화가 자연스럽게 술술 이어지네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지만, 우리 둘의 충돌은……
아주 건강하다고요.
정말 아주 건강한 거죠.
사실은 오늘 보너스 봉투를 준비해 왔거든요. 6원이 들어 있어요. 육육대순(六六大順, 춘추 좌전의 육순에서 유래한 말로 만사가 잘 풀리기를 기원하는 의미)의 뜻으로요. 그리고 자주색 5원 지폐도 넣었어요. 상서로운 자줏빛 기운이 동쪽에서 온다는 뜻입니다.
정말 영광이네요. 감사합니다.
봉투째로 가져가세요. 꺼내 드리면 좀 그림이 이상해서. 원래는 이 뒤에 게임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늘 분위기와) 영 어울리지 않아서 안 하려고요. 그래도 보너스 봉투는 챙겨 가세요.
감사합니다. 인터뷰에서 이런 걸 받기는 처음이네요.
저는 괜찮아요. 임무를 완수하셔야 하는 거면 같이 해 드릴 수 있어요.
제가 사장이니까요. 임무를 완수하느냐 마느냐는 제 마음이죠.
시원시원하시네요. 인터뷰에서 이런 거 처음 받아봐요. 처음이에요.
[벼락부자]
대단해요. 사장이라니. 이렇게 젊으신데.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는 정말 의미가 큰 선물이에요.
축복하는 의미로 드렸어요.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하신 분들 모두 앞으로 더욱 잘 되시기를 바라니까요. 여러분이 잘 되시는 게 저희도 잘 되는 거죠.
정말 일을 잘하시네요.
꼭 일 때문은 아니고요, 그건……
일이 잘 되려면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데, 정말 전형적으로 그런 분이시네요.
다음에…… 다음에 또 인터뷰해 주세요. 갑자기 긴장되네요. 앞으로 늘 순조로우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패러독스悖論' 말인데요. 원래 계속 beilun으로 읽었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틱톡에서 영상을 봤는데 틀린 발음을 교정하는 내용이었어요. 그 단어를 bolun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저는 그걸 bolun으로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런데 그 기억이 머리에 새겨진 것 같아요. 그 단어만 생각하면 bolun이 툭 튀어나오는 거죠. 그런데 말해 놓고 나니 다시 고치기도 어렵더라고요. 상관없으신가요? 그 단어의 독음은 하나뿐이에요. beilun. 그거 하나예요.
(앞에서 bolun으로 잘못 발음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