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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아희환니(2020)

《아희환니》 임우신 담심사 인터뷰 본편 20201105

의역 많음. 오역 지적이나 기타 번역에 관한 의견 주시면 언제나 감사히 듣습니다.

 

영상 : 여기

 


 

저는 좀 둔한 사람인 거죠.
그러니까 제가 둔한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인식하고 공부를 해야 해요.

그 캐릭터를 사랑하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영혼을 부여하는 거예요.
그런 상태가 일종의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임우신입니다.

 

 

[사랑 앞에서 '패총'이란 없다]

 

 

[《아희환니》에서 일과 사랑 간의 취사선택에 대해]

저도 어제 보면서 왜 일과 사랑이 충돌하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사실은 잘 이해가 안 가요. 아마…… 로진은 일하려면 해외를 왔다갔다 해야 하고,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을 수도 있고요. 시간이 없을까봐, 혹은 따로 떨어져 있다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되는 거죠. 아마 제대로 해내 본…… 이런 관계를, 연애를 제대로 해 본 경험이 없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고승남이 그에게는 첫 번째인 거예요. 처음으로 그런 선택지 앞에 서게 된 거죠.

[조로사와의 합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주 재치 있고 장난기 많고, 굉장히 활발한 아가씨예요. 그리고, 연기가 비교적…… 엄청 편안하게 연기하죠. 정말 센스가 좋은 것 같아요. 둘이 붙는 씬을 찍을 때마다 제가 아주 진지하게 임하도록 만들어 줬어요.
《아희환니》라는 작품을 찍으면서…… 그런 배우는 처음 봤어요. 느닷없이 자기 혼자 춤을 추거나, 노래하거나, 알 수 없는 동작을 하거나…… 조로사는 그런 사람이에요. 제가 아는 친구 중에는 유일한 것 같아요. 그러는 걸 볼 때마다, 저는 그렇게 못 하거든요. 못 한다는 건 그러니까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뜻이죠. 사실 저는 세대차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쪽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원래 반응이 반 박자 느린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어렸을 때 주사를 맞으면서도, 주삿바늘이 들어갔다가 나온 뒤에야 아프고. 그래서 반응이 좀 느렸을 거예요. 속으로 지금 뭐하는 거지? 하고 물음표가 한 무더기 쌓이는 거죠. 그러다가 아 알겠다, 했을 때는 벌써 가고 없어요.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 낸 '패총'을 참고하셨나요?]

참고하죠. 하지만 촬영 직전에 벼락치기하는 식은 아니에요. 아주 많은 자료를 저장해 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 같은 거예요. 필요할 때 거기서 자료를 꺼내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유형을 고르고, 새롭게 그려내고 짜넣는 작업이죠.
브래드 피트도 《트로이》를 촬영할 때 촬영 1년 전 미리 그리스에 가서 고대 그리스 검술을 배웠다고 하는데요. 저보다 한참 위의 선배잖아요. 제 우상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해요. 배우가 마술사를 연기할 때는 마술을 배우고, 군인을 연기할 때는 병영 생활을 체험해 보고, 농민을 연기할 때는 농촌에 가서 체험해 본다든가…… 저는 굳이 말할 거리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그게 우리 일이에요. 시간이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죠.

[임우신에게 '낭만'이란?]

저는 진심이 담겨 있으면 다 낭만적이라고 생각해요. 정성을 들인 것이기만 하면…… 꽃 한 송이를 주는 것도 낭만적이고, 초콜릿을 주는 것도 낭만적이고, 함께 놀이공원에 가는 것도 낭만적이고, 방탈출 놀이도 낭만적이고, 삼국살 게임도 낭만적이고, 뭘 하든 낭만적이에요. 진심으로 사랑하기만 한다면 다 낭만적이죠.

[감독을 꿈꾸다가 배우를 선택한 이유는?]

외국에서 유학했을 때, 저 같은 중국계 유학생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다지 행복하게 지내지 못하는. 귀국한 뒤에 그 사람들을 재현해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지금은 한 사람의 배우로서, 작품의 질에 비교적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작품의 최종본, 그거야말로 제일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배우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일부에 불과해요. 유일한 것도 아니고, 절대적이지도 않아요. 사실은 각자의 자리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 그저 시청자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죠. 하지만 배우는 그 팀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모든 사람들의 무게를 짊어지게 돼요. 예를 들면 촬영이나, 각본, 감독, 녹음이나, 미술, 의상, 분장, 도구까지도 배우의 몫이죠. 바톤 같은 거예요. 마지막 주자, 마지막 스퍼트를 해내야 하는 위치죠. 그렇다고 그 앞의 것들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대단히 중요한 거죠.
예전에는 노래하는 것도 좋아했고, 음악도 좋아했는데…… 나중에 그만둔 건, 저 자신에게 너무 많은 타이틀과 꼬리표가 붙는 게 싫어서였어요. 한 가지 일을 잘 하자고 생각했죠. 저 자신을 좀 정리한 셈이에요. 소홍 감독님이 '너는 배우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요. 제가 배우라고 생각하셨으니까,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저를 가르쳐 주신 거고요.
정식 첫 작품은 《풍제적참회(冯齐的忏悔)》. 처음으로 남주인공을 맡은 작품이에요.

[어렸을 때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씀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어렸을 때는 한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세상을 제대로 보게 됐는데…… 어렸을 때랑은 좀 다르더라고요. 하지만 몇 년 안 가서 적응했어요. 사람은 정말 적응력이 대단해요. 적응한 뒤에는…… 좋고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내야겠다,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고 붙잡아서, 저 자신의 내면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야 더 힘을 낼 수 있으니까요.
저는 작품을 정말 많이 보는데요. 연기자로서 저는 좀 둔한 사람인 거죠. 저는 소위 천재 배우 같은 부류에 속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가 둔한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인식하고 공부를 해야 해요.

[어머니의 후광이 부담스럽기도 한가요?]

제가 그렇게 생각해도 소용없잖아요.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떤지…… 하지만 타인의 생각은 제가 어떻게 통제할 수 없고요.
정말 제게 힘이 되어 주는 분이에요. 어머니는 예전에 영화 《문》 때부터…… 그 뒤로 《마라파식(麻辣婆媳)》, 《영귀(荣归)》, 《화개반하(花开半夏)》와 《와저귀래》까지 계속…… 제게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셨어요. 어머니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눈앞에서 여자분이 술주정을 부리면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전체적으로 온화한 편이죠. 그러니까 로진보다 부드럽다는 이야기예요. 가서 약을 사 온다든가, 꿀물을 준다든가.

[배우의 열정과 절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열정은 일종의 상태예요. 내가 연기할 캐릭터가 객관적으로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그 임무를 받아들인 이상 자기 캐릭터를 사랑해야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영혼을 부여하는 거예요.
절제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건, 그 캐릭터와 나 자신을 혼동하면 안 돼요. 임무를 완수하고 나면, 나올 때인 거죠. 그런 자아를 절제해야 해요.

[방탈출 같은 거 좋아하시나요?]

네. 안 해 본 게 없어요. 거기서 NPC 역을 하는 직원 분들 있잖아요. 어떤 때는 그 분들이 저를 알아봐요. 그럼 더 열심히 하시는 거예요. 원래 각본에 없는 내용으로 저를 괴롭힌다든가.
방탈출은 파티 플레이잖아요.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협동적인지 알 수 있죠. 정말 있어요. 후다닥 도망가 버리는 사람. 절 그냥 버려두고요. 제 발을 밟고 그냥 가버린다니까요.


(닭살 대사를 해보자……)


당신이 어떤 사람 같게요?
내 사람.

당신은 왜 날 아프게 해요?
(왜 아파요?)
당신이 좋아서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