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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의천도룡기(2019)

《의천도룡기 2019》 주지약 역 축서단 일선 인터뷰 20190331

원문 : 여기

서두의 요약과 표제는 빼고 문답만 번역했습니다.

 


 

주지약 역을 맡게 된 과정을 기억하나요?

다른 작품을 촬영하다가, 오디션 공지가 뜨자마자 매니저랑 부랴부랴 달려갔어요. 감정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서 좀 격렬한 장면을 연기했죠. 앞뒤 변화가 아주 컸는데, 우리 판본에는 아마 이 부분이 없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제게 맡기겠다고 결정하셨을 때는 정말 행복하고 감격스러웠어요. 온 힘을 다해서 이 캐릭터를 해내고 싶었죠.

《의천도룡기》는 이미 많이 리메이크되었던 작품입니다. 잘 해내지 못할 것 같다든가 비교당할 거라는 걱정은 안 들었나요?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선배들이 워낙 모범적으로 연기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도 이 캐릭터가 좋았고, 잘 완성하고 싶었고,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간 해온 노력에서 비롯된 자신감일 거예요.

주지약의 어떤 점을 좋아하세요?

초반의 선량함, 용감함, 그리고 뭔가 할 때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는 모습이 좋아요. 어릴 때부터 인상깊은 캐릭터였어요. 이름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본 게 아마 고원원 판이었을 거예요. 정말 아름답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았죠.

주지약은 동정할 만한 구석도 있지만, 속셈과 계략이 있는 캐릭터기도 하죠. 이런 여성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자신은 좀 건성건성 타입이고, 맘에 잘 담아두지 않고, 말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상대방에게 뭔가 속셈이 있는지 잘 분간을 못해요. 뭐라고 할까, 사람과 사람이 사귈 때는 서로 마음을 줘야죠. 내가 남을 성실하게 대하면 남도 내 성실함을 느끼고 날 해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처음부터 남을 일부러 해치려는 사람은 없잖아요.

다른 판도 봤나요? 다른 판에 비해 일부러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해미 선생님의 클립을 좀 봤어요. 굉장히 재미있고, 선녀 같고, 연기도 좋았죠. 하지만 다른 판의 주지약이 어땠는지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제가 해석한 주지약을 풀어내고 싶었거든요. 일부러 신경 썼던 부분도 없어요. 스토리 전개에 따라 전반/중반/후반을 구분했는데, 주지약의 심리적 변화에 맞춘 거예요. 머리에 관념이 잡히면 표정이나 몸동작은 자연스럽게 나오죠. 다 촬영 현장에서 만든 거예요.

주해미 씨는 이번에 멸절사태로 올라갔죠. 주해미 씨의 클립을 봤다면, 캐릭터 분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나요?

해미 선생님은 저한테 어떻게 연기해야 된다, 혹은 그렇게 연기하면 안 된다는 말을 먼저 하신 적이 거의 없어요. 정말 좋았어요. 그게 배우를 돕는 방법이죠. 하지만 잘 모르는 부분에 부딪치거나 고민이 많이 될 때 제가 먼저 찾아가면, 이 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어요. 그럼 저는 그것들을 종합해서 저한테 가장 편한 방식대로 연기했죠.

주해미 판도 명작이죠. 같이 촬영하는데 아무래도 비교될 것 같다는 압박감은 없었나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런 게 있었는데, 해미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나서는 괜찮아졌어요. 제게 믿음을 많이 주셨죠. 처음에는 한 장면 찍을 때마다 살짝살짝 해미 선생님을 훔쳐보곤 했는데, 아주 만족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믿음은 저 자신에게서 오는 거지만 곁에 있는 사람이 주는 것이기도 해요. 그래서 차차 압박감이 없어졌어요.

《의천도룡기》 결말은 수정판이 있죠. 예전의 판본들도 결말들이 제각기 다른데, 이번 판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원래 처음에는 원작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캐릭터도 크게 바꾸지 않았고 전개도 원작대로 갔었고요. 하지만 주지약의 결말은 판본에 따라 다양하긴 하죠. 어떤 판본일지는 여러분이 맞혀 보세요. 장무기와 함께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웃음)

장무기는 줄곧 ‘쓰레기’ ‘어장관리’ 등의 말을 들어왔는데요. 본인은 장무기 같은 애인을 받아들일 수 있나요?

애인을 사귄다면 꼭 한결같고 재미있고 유머감각 있고 밝은 사람을 사귀고 싶어요. 장무기도 다른 건 다 갖고 있지만, 애인은 일편단심이어야죠. 속으로 망설이는 사람과는 사귀고 싶지 않아요.

만일 송청서와 장무기 중에 고르라면 누구와 결혼할 건가요?

어느 쪽하고도 안 해요. 송청서를 좋아하지 않아요. 결혼하려면 적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야죠. 내가 존경하거나 좋아할 만한 점이 있는 사람이어야죠. 송청서는 그런 게 없다고 생각해요.

증순희 씨와 함께 촬영하면서 재미있었던 일이 있다면?

발렌타인 데이에 저한테 장미꽃을 줬어요. 발렌타인 데이라고 챙겨줬구나, 하고 기분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휴게실에서 나와 보니까 모두가 다 한 송이씩 들고 있더라고요.

증순희 씨 본인은 장무기와 닮았나요?

소희(小晞)의 눈에는 성실함이 있어요. 정말 성실한 사람이에요. 연기에 대해서도 정말 열심이고, 프로페셔널하고, 다른 사람을 잘 챙겨주고 아주 상냥해요. 예를 들어 야외 촬영에서 산을 타게 되면, 자기가 올라간 뒤에 항상 뒤돌아서 손을 내밀어 주는 거죠.

《의천》 팀에는 젊은 여성 배우가 특히 많았고, 장무기가 여성 배우들과 함께 나오는 장면도 많죠. 다함께 연합해서 증순희 씨를 괴롭힌 적도 있나요?

놀려먹을 만한 타입이 아니에요. 만일 우리 넷이랑 소희가 다같이 모이면 소희가 제일 잘 갈구는 편일 거예요. 친하니까 서로 까는 그런 거 있잖아요. 우리 중에 나이도 제일 어리고, 말도 제일 독할 걸요.

그럼 증순희 씨와 평소에 서로 갈구곤 했나요?

사실 《의천》 촬영은 다들 아주 진지했어요. 시간도 촉박해서 놀 틈이 별로 없었어요. 다들 자기 배역에 빠져 있었고, 특히 주지약 캐릭터는 조용해야 했으니까요. 촬영 전에는 대부분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에 시간을 썼던 것 같아요.
그럴 때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어요. 일단 시간이 나면 주지약과 대화를 했죠. 예를 들면 이 장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왜 그렇게 한 거야? 이렇게 묻고 싶었어요. 이전에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지? 어떤 배역을 맡아도 다 그런 식이에요. 그 기간에는 그 배역과 비슷해지고, 촬영이 끝나면 저 자신으로 돌아오죠.

혼잣말하는 습관이 생기는 건가요?

누구나 자문자답할 때가 많잖아요. 아무도 없는 구석에 가면 혼잣말을 하기도 하죠. 너무 이상하지 않아? 맞아요, 그렇게 물어볼 때도 있어요. 제가 했던 모든 배역들과 친구가 돼요.

주지약의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연기하면서 어떤 인내가 필요했을까요?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그런 것.

주지약은 정말 힘들죠. 자기가 놓인 상황 때문에요. 줄곧 조심스러워요. 말 한 마디라도 잘못할까, 뭐 하나라도 실수할까. 말하기 전에 항상 주변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을 살피죠. 자기가 원하는 걸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해요. 정말 마음이 아파요.

후반의 주지약은 악행도 저지르는데요. 현녀처럼 욕 먹을 거라는 걱정은 안 드나요?

걱정하지 않아요. 요즘 시청자들은 이성적이라서 배역과 배우를 구분할 줄 알아요. 배역을 욕할 수는 있지만 배우에게까지 가진 않죠. 그리고 제게 있어 주지약과 현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예요. 어려서부터 살아온 방식도 다르고, 그 캐릭터들에 대한 저의 이해와 연기 방식도 완전히 달라요. 같이 놓고 비교할 수 없어요.
지약을 좋아하고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지약을 계속 지지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약이 잘못된 일을 하더라도 다들 객관적으로 평가할 거예요. 정상적인 반응이죠.

그 두 캐릭터가 너무 인상 깊게 남아서 ‘계략’ 같은 꼬리표가 달릴 거란 걱정은요?

저는 그 둘이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런 꼬리표도 무섭지 않아요. 저는 다양한 배역을 많이 연기했고, 연기자라면 다양한 배역에 도전해야 합니다. 그런 캐릭터가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저의 강점은 다양한 배역에 도전한다는 거예요. 선역이든 악역이든, 좋은 작품이고 심리적 개연성만 있다면 다 해 보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연기한 배역이 사람들에게 다 비슷한 타입으로 여겨지지는 않을 거예요.

다음 배역으로 특히 해 보고 싶은 타입이 있나요?

지금으로서는 긍정적인 힘을 주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찍으면서 저 자신도 성장할 수 있고, 시청자에게도 긍정적 힘을 주는 그런 거.

주해미 판 주지약은 전반에도 날카로운 눈빛이 드러날 때가 있는데, 이번 주지약은 좀 더 청순하고 무해해 보이죠. 사저와 사매들이 장무기와 주아에게 칼을 뽑는 장면에서도 주지약은 반응이 반 박자 느려요. ‘귀여워’를 외치는 탄막이 많았는데요.

주지약은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고, 죽이기도 싫거든요. 하지만 사저들이 다 칼을 뽑아 장무기를 겨누면 어쩔 수가 없죠. 혼자만 튀는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거예요. 다들 그렇게 하니까, 어, 나도 해야 되는구나. 아미에 있는 내내 그렇게 조심스러워요.

주지약의 흑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후반부의 주지약은 자기 자아를 해방시킨 거예요. 그 때까지 계속 참았던 것들이 폭발한 거죠. 맨 처음부터 계속 참아왔어요. 대사저가 괴롭힐 때도 괜찮다고 말하잖아요. 무슨 일을 당해도 말하지 않고 마음속에 묻어 두죠. 고민이 되지만 선택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심은 계속 엉켜 있는 상태인 거죠.

어떤 장면이 제일 감정적으로 무너진 부분이었나요?

사실 주지약은 아주 많은 장면에서 무너져요. 광명정에서도 속으로 무너지는데, 무너졌다는 걸 밖으로 표현할 수가 없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사부님이 죽었을 때는 무너졌다는 걸 드러내죠. 그리고 혼례 때, 그리고 혼례 이후 장무기와 재회했을 때도 속으로는 무너지는데 계속 참고 있어요. 장무기 앞에서는 한 번도 티낸 적이 없어요. 자기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장무기에게 말하지 않아요. 하지만 시선은 어두워졌고, 눈에 빛이 없죠.

후반부의 시선 처리는 일부러 만들어낸 건가요?

맞아요. 사람이 순수하던 모습에서 성장하기까지 아주 많은 일을 겪고 나면, 시선이나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복잡해지고, 갈등하게 되고, 혹은 회피하려 할 수도 있죠. 어릴 때처럼 블링블링한 눈으로 다른 사람을 볼 수는 없어요.

장문인이 된 주지약은 패기가 넘치는데요. 연기하면서 아주 만족스러웠을 것 같아요.

후반부 정말 멋있죠, 특히 도사대회 때. 어쨌거나 아무도 나를 못 이기잖아요. 내가 제일 센 거죠.

주지약은 액션 씬이 많은 편이죠. 액션이 많이 힘들었나요?

촬영 중에 다치는 건 굉장히 흔한 일이에요. 문득 봤더니 팔이 여기는 퍼렇고, 저기는 벌겋고, 발은 왜 이렇게 아프지? 팔도 저리고 등도 쑤시고, 그럴 때가 많아요. 그런 일이 매일 있었어요. 저는 와이어 매달리는 걸 엄청 좋아해요. 매달려서 흔들흔들 하는 느낌이 좋아요. 누군가 날 날게 해주는 거잖아요. 정말 재미있는 느낌이에요. 피하지 않고 오히려 실컷 즐겼어요.

어렸을 때부터 여협의 꿈이 있었을까요? 이번에 주지약으로 좀 마음이 풀렸나요?

어렸을 때 경공이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경공을 쓰는 사람이 부러웠죠. 물 위를 훨훨 나는 거. 1층에서 5층까지 날아올라가는 상상을 많이 했는데, 우리 집이 5층이었거든요. 이런 것도 여협의 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와이어에 매달려 있는 동안 날고 싶다는 꿈을 이룬 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