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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의천도룡기(2019)

《의천도룡기 2019》 주아(은리) 역 조희월 일호 인터뷰 20190411

원문 : 여기

서두는 제외하고 문답만 번역했습니다.

 


 

《의천도룡기 2019》를 하게 됐을 때 ‘은리’라는 캐릭터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요?

은리는 사랑에도 미움에도 거리낌이 없는 소녀예요. 일편단심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뭐든 할 수 있고, 평생을 변함없이 기다릴 수도 있죠. 그 부분이 제가 맡았던 배역들 중 가장 어려웠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와 다투면서 좋지 않은 일들을 경험했는데도 낙관적이고 선악 관념이 뚜렷해요. 은리가 장무기에게 했던 말 중 제일 진지한 이야기는 멸절사태와 편복왕에 대한 것이죠. 은리는 이렇게 말해요. “명문정파나 사마외도나 뭐가 달라? 사람을 죽이는 건 똑같잖아. 만일 멸절이 복왕을 따라잡았다면 복왕을 죽였을 거야. 이번에는 복왕이 이겨서 복왕 쪽이 남을 죽인 거야.” 은리의 가치관에는 정파와 사파가 없고,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식이에요. 장무기는 그 말에 깨달음을 얻고, 은리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되죠.

‘은리’를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뭐였나요?

액션이 많이 어려웠고, 연기할 때는 별 위화감이 없었어요.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었거든요. 증순희 씨나 축서단 씨와 함께하면서도 도움과 영감을 많이 받았고, 편하게 연기한 배역이에요.

이런 고전 명작에 출연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요?

있었죠. 고전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관객의 마음에 각인되어 있고, 김용 선생님의 명작은 더 그렇잖아요. 여러 판본의 ‘주아’들도 각자의 세월을 지나왔죠. 처음 이 캐릭터로 연락이 왔을 때는 저도 이걸 할지 말지 매니저와 상의했었어요.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이런 고전적 캐릭터를 한 번 연기해 놓으면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네가 김용 선생님의 은리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얼마나 자랑스럽겠어.” 그 말대로, 방영되고 나서 극중의 저를 보니까 정말 자랑스러운 거예요. 은리는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캐릭터니까요.

‘은리’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주아’를 연기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계속 감독님과 논의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예전 판본들을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누구나 자기가 생각하는 ‘주아’가 있는 거죠. 예전 판들을 찾아봤다가 머릿속에 이미지가 만들어져서 연기할 때 저도 모르게 모방하게 될까봐 걱정됐어요. 현장에서 감독님과 논의하고 다른 배우들과 토론해 가며 맞췄어요. 장무기와 주지약을 보고 질투한다거나, 장무기에게 귀엽게 군다거나, 정민군이 나타나면 못되게 구는 것, 네티즌 여러분이 말하던 레몬요정 주아 같은 것도 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하고 궁리한 끝에 나왔어요.

촬영 현장에서 인상깊었던 일이 있다면?

《의천도룡기 2019》를 6개월 동안 찍었어요. 정말 대단했죠. 횡점에서 4개월 반을 찍었고, 상산에 갔다가 은천도 갔어요. 은천에서 야외 촬영을 한 곳은 진짜 사막이었어요. 완전히 개발 안 된 사막이죠. ‘탐험’해야 하는 거예요. 매일 촬영 장소까지 가는 데 차를 타고 세 시간이 걸려서, 가는 동안 잠을 보충하곤 했어요. 한 번은 차가 사막 모래에 빠져서 못 나왔던 적이 있어요. 사막에 들어가면 신호도 안 잡혀서 우릴 구해줄 사람이 없었어요. 현장에서는 제가 촬영하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냥 사막 풍경이나 찍었죠. 결국은 세 시간쯤 기다린 끝에 드디어 지나가던 차를 만나서 도움을 청했고, 다같이 힘을 합쳐 차를 구해냈어요.

많은 배역을 연기했는데 어떤 배역이 진짜 자신과 제일 가깝다고 생각하나요?

잘라 말하기 어려워요. 어떤 배역이든 자기 자신과 닮은 데가 있죠. 예전에 《1학년(예능 프로그램)》 때 진건빈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네가 연기하는 배역은 삶의 척도야. 자기 자신의 삶을 인물에 덧씌워야 진실되게 연기할 수 있어.’ 그러니까, 어느 배역이든 저랑 닮았어요.

연기자가 되는 것의 좋은 점이 있다면?

다양한 인생을 체험할 수 있다는 거죠. 《애인의 거짓말》이라는 드라마에서 수술실에 들어가는 장면을 찍은 적이 있어요. 진짜로 구급차에서부터 실려 나오는데 모든 사람들이 방호복을 입고 있고, 그 순간에는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요. 내가 연기자가 아니었으면, 이 역할을 맡지 않았으면, 수술실에 격리되는 두려움은 느끼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주아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다른 배역들도 제가 배우이기 때문에 체험할 수 있었던 부분이 많아요.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다양한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지금 해 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어떤 캐릭터인가요?

어떤 타입이든 도전해 보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달달한 작품을 찍고 싶어요.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에서 제가 유자예를 좋아하는데, 주아도 장무기를 평생 찾아다니잖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다른 사람이 저를 좋아해 주는 기분을 느끼고 싶네요.

연예계 생활을 수년 동안 하면서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은?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은 멘탈이에요. 아주 어려서부터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 때는 마음이 많이 초조했어요. 제가 정말 배우의 길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계속 버텨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죠. 지금은 많이 성숙해졌어요. 가라앉아 쌓이기 시작하면 많은 것들이 달라져요. 좀 쉬면서 나 자신을 가라앉히고, 다시 작품을 하고, 새로운 역할을 만나고, 그러면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죠. 작년에 너무 연달아 작품을 찍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웃음). 기다림 끝에는 반드시 제일 좋은 것이 온다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