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 수다》 2007.1.12.
이종한(린웨이셴), 도홍(칭위), 이념(구지아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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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이번 작품에서는 악녀 역을 맡으셨다고요.
도홍 : 전복적인 캐릭터예요. 굉장히 강하고 기가 센 여성이죠.
MC : 실제 성격도 그러신 편인가요?
도홍 : (웃음) 아뇨. 전혀요. 칭위는 굉장히 강해요. 남자들의 손아귀로부터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얻어내려고 하는데, 그 때문에 마을의 세 남자들 사이를 맴돌죠. 한 번에 여럿은 아니고, 마지막에는 굉장히 사랑하는 남자에게로 가요.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보면 굉장히 나쁜 여자겠죠. 하지만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어요. 태생부터 그런 상황이니까요. 칭위의 엄마가 죽기 전에 그 말리화밭은 원래 우리 집 것이었다고 말하거든요. (결말 스포일러라 생략)
MC : 아주 멋있는 캐릭터 같네요.
도홍 : 정말 끝내줘요. 굉장히 상궤를 벗어나 있는 인물이에요. 패턴이 다양하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네티즌 : 어제 《말리화》를 다시 봤는데, 린웨이셴과 구지아휘의 사랑에 다시금 감동받아서 눈물이 났어요. 이종한씨 연기 정말 멋있어요.
이종한 : (웃음) 감사합니다.
MC : 이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굉장히 힘드셨다면서요. 촬영 현장에서 열도 나고, 몸도 아프고, 고생이 많으셨다고.
이종한 : 네. 정말 연기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웨이셴은 영원한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동화 같은 젊은이인데, 사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현실에 이런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거기다 이념 씨가 연기한 구지아휘와의 감정적 문제가 있고, 또 도홍 씨가 연기한 새어머니 캐릭터도 있고, 여자에 대해서는 어리버리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면도 있고요. 가정 문제로도 사랑 문제로도 잘라 말하기 어렵고 뒤죽박죽인 애예요. 그래서 작품을 통틀어 처음부터 끝까지 분량도 제일 많았고, 정신적으로 압박이 굉장히 컸어요.
MC : 두 여성 사이를 배회하는 건가요.
이종한 : 칭위는 순간적인 거예요. 갑자기 엄청나게 예쁜 여자가 나타났잖아요. 아마도 첫사랑일 수도 있어요. 저도 칭위에 대한 감정은 딱 집어 말하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이념 씨가 연기한 지아휘와는 서로 엇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두 집안은 또 불공대천의 원수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결코 막다른 길로 들어설 수 없는 처지고요.
MC : 로미오와 줄리엣 같네요.
도홍 : 비슷한데 좀 더 복잡해요. 중국이니까요. 그 시대의 중국이라는 게 이야기에 부여하는 특징들이 있죠.
MC : 어떤 전통적이면서도 내면적인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종한 : 이 캐릭터는 양학당에서 유학하고 돌아왔지만 마을 고유의 전통적인 사상이나 작은 마을 특유의 단순한 면모들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심한 갈등에 휩싸이고 분량도 많았는데 정말 연기하기 힘들었어요.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연기하기 좋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드라마에서 동화 속 사람을 연기하는 거잖아요. 어떤 일이든 웨이셴에게는 아주 단순해요.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MC : 이종한 씨에게는 그 캐릭터가 일종의 도전이 되었겠네요. 옆에 앉아 계신 구지아휘 역의 이념 씨는 갓 졸업한 신인이신데, 본인의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셨나요?
이념 : 구지아휘는 아주 단순하고 선량한 소녀인데, 저 자신과 많이 닮았어요. 제가 제 성격에서 묻어둔 지 오래였던 부분들을 끄집어 내면 거의 비슷해져요.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MC : 이종한 씨나 진도명 선생님이나 다들 연기로 잔뼈가 굵은 분들인데, 도움을 많이 주셨나요?
이념 : 그럼요. (웃음) 종한 오빠가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MC : 어떻게요? 연기에 몰입시켜 준다든가?
이념 : 굉장히 잘해주셨잖아요. 여자친구 돌보듯이. (웃음)
MC : 극 바깥에서도 그런가요?
이념 : 연기 안할 때는 그냥 큰오빠 같아요.
이종한 : 다들 굉장히 사이가 좋았어요. 이념만 상희(상해희극학원)고, 우리는 다 중희(중앙희극학원) 출신이거든요.
도홍 : 말할 필요가 없었어요. 연기 패턴이 여러가지 있어도 다들 한 학교 출신이니까, 가까웠죠.
MC : 그래도 학교 간에 전수되는 연기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 않나요?
도홍 : 그렇게 크지 않아요. 말을 꺼내 보면 이 선생님한테서 쟤도 배웠고 나도 배웠고 걔도 배웠고 하는 식이죠. 연기로 들어가면 방향에 대해 많이 말할 필요가 없었어요. 호흡이 아주 잘 맞았죠. 이 호흡이라는 게 재밌는데, 연기를 시작하면 말로 하기 어려운 뭔가가 생겨요. 자기장 같은. (웃음)
MC : 이념 씨에게 질문할게요. 종한 오빠와 도홍 언니의 어떤 부분이 제일 인상깊으셨나요? 연기가 아주 뛰어나다든가?
이념 : 도홍 언니는 정말 진지해요. 셋 둘 하나를 외치면 바로 연기가 나오는 종류의 배우세요. 정말 대단해요. 감탄했어요. 종한 오빠는, 가끔씩 무의식 중에 우울한 기질을 내비치시는데 전 그게 되게 좋았어요. (웃음) 진 선생님은 아빠 같으셨어요. 극 밖에서도요.
MC : 사실 세 분은 《시나 수다》 자리를 빌어 오랜만에 만나신 거죠?
이종한 : 촬영 후로는 이념을 만난 적이 없어요.
도홍 : 저도요. 종한 씨와는 작년에 《멍청한 아이》라는 작품을 같이 했는데, 거기서도 절 몰래 좋아하는 역이었죠. (웃음)
이종한 : 맞다. 그걸 잊고 있었네요. (웃음)
도홍 : 이번에는 완전히 정신 나간 짝사랑이에요. 순간적인 짝사랑에서 정신 나간 짝사랑이 된 거죠. 종한 씨가 문자를 보냈는데, 감독님이 촬영분을 보다가 우리 둘이 엄청 잘 어울린다고 했다는 거예요. (웃음) 그래서 '내가 지적장애인 역할인데도 둘이 어울리냐'고 했다는 얘기였어요. 나중에 감독님이 작품 하나 더 해서 우리 둘 결혼시켜줘야겠다고 하더군요.
MC : 종한 씨는 힘드셨겠어요. 두 작품 다 짝사랑이라서. (웃음)
이종한 : 쫓아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저 같은 건 안중에도 없으시거든요. (웃음)
네티즌 : 도홍의 칭위는 생동감이 넘쳐요. 극중 의상도 정말 예뻐요.
도홍 : 고맙습니다. 의상은 계속 컨트롤을 했어요. 이런 캐릭터는 의상이나 액세서리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세밀하게 봐 주셨네요. 아마 치파오가 서른 벌이 넘을 거예요.
이종한 : 반 정도는 도홍 씨 개인 소장품이에요. 더 좋은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데 의상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일부러 홍콩에서 옷감을 골라 맞춤옷으로 새로 주문한 것들이죠.
도홍 : 시작 부분이, 특히 첫등장이 좀 소박한 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작했을 때의 옷은 비교적 후기의 것에 가까웠거든요. 시작 부분에서 이 인물은 아주 기가 세고 남을 몰아붙이는 사람이에요. 창극 배우고, 두 집안 사이를 능수능란하게 오가죠. 마을의 세력가인 두 남자 사이를 두 번씩 오락가락하며 상대해요. 그러니 아주 과장되고 기가 센 그런 포지션이야 했어요. 딱 시작할 때ㅡ
MC : 의상으로 일단 보는 사람에게 시각적 충격을 줄 수 있겠군요.
도홍 : 맞아요.
MC : 도홍 씨 본인이 감춰두신 옷도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요. 항상 옷을 잘 입으시니까요.
도홍 : (웃음) 쇼핑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저번에는 종한 씨랑 다같이 홍콩까지 갔는데, 종한 씨가 줄곧 옆에서 이랬어요. '도홍 소저, 부디 쇼핑은 이성적으로 해 주십시오'. 그렇게 충고해 주는 건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뭔가 살 때 계속 저 자신한테 '이성적으로 생각해' 하고 말하고 있어요.
MC : 지금 도홍 씨가 과장해서 얘기하신 건가요?
이종한 : 친한 편이니까요. 홍콩 번화가에서 열 시간 동안 가방을 들어 줘야 한다면 너무 끔찍하잖아요. 이분 뭘 살 때 고르질 않거든요. 이게 화장품이라고 치면, 이것도 저것도. 옷도 그래요. 어떻게 입는 옷이냐, 얼마냐 물어봤더니 팔천 얼마라는 거예요. 다 찢어진 조끼가 팔천 위엔이라니. (웃음) (역주 : 8000위엔이면 한화 100만원 정도)
MC : 쇼핑하러 가신 게 아니라 가방 들어주러 가신 거네요.
도홍 : 쟤도 사요. 저도 가방 들어줬어요. (웃음)
이종한 : 제가 연기하면서 입은 의상 예산을 다 합치면 도홍 씨 옷 한벌 값일 걸요.
도홍 : 맞아요. 딱 봐도 균형이 안 맞죠. 지난번에는 제가 가수 역이었으니까 다음에는 네가 가수를 하라고 했어요. 종한 씨는 지적장애인 역이라 끝까지 단벌이거든요.
MC : 다들 종한 씨의 지적장애인 연기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이종한 : 아주 잘 됐어요. 잠재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웃음)
도홍 : 연기자라면 누구나 스스로를 한번 뒤엎고 싶어하는 면이 있죠. 칭위 같은 역도 보통은 제게 시키지 않을 거예요. 종한 씨가 지적장애인을 연기한다는 것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회사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어 네가 그런 역을? 너무 무리 아니야? 이랬어요. 하지만 그런 도전은 연기자에겐 정말 큰 자극과 동력이 돼요. 상상력을 트이게 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죠. 아마 모든 연기자들이 그런 걸 몹시 갈망할 거예요. 저도 지적장애나 정신질환이 있는 역을 해 보고 싶어요.
MC : 종한 씨는 계속 모자를 만지시네요. 지적장애 연기를 하시려는 줄 알았어요.
이종한 : 더워서 그래요. (웃음) 모자를 벗을 수가 없네요.
MC : 머리가 이상해서요?
이종한 : 네. 진짜 이상해요.
네티즌 : 종한 오빠 안녕하세요. 《말리화》에서는 좋은 사람 역인가요? 하모니카는 직접 부신 거예요?
이종한 :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드라마를 직접 보셨나요? 하모니카 이야기를 보니 보신 것 같은데.
도홍 : 이 작품에는 나쁜 사람이 너무 많아요. 종한 씨는 햇볕 같은 역할이죠. 비교적 긍정적이고.
이종한 : 남들보다 순수하고, 다른 마을 사람들과는 좀 다른 사람이에요. 그 마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싸우는 중이죠. 제 아버지도 남을 해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고요.
도홍 : 맞아요, 진 선생님 캐릭터도 그렇고. 아버지의 죽음이 웨이셴을 변하게 만들 거예요.
이종한 : (결말 스포일러라 생략) 하모니카는 제가 분 게 아니에요. 하지만 그 입은 진짜 제 입이 맞아요. (웃음) 일 주일을 연습했는데도 소리가 안 나왔어요.
네티즌 : 복수하러 돌아온 웨이셴의 생김새는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요. 그 머리는 좀 아닌 것 같아요.
이종한 : 그 부분은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었네요. (웃음) 그 시대가 원래 그래요.
근현대/말리화(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