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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및 영상 : 여기
《비호외전》과 함께 사미독숙에 다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단히 영광입니다.
먼젓번 사미독숙 출연 뒤 몇 년이 지났는데요. 지난번에는 임우신 씨의 가게에서 이야기를 나눴죠. 그날은 아주 편안해 보였어요. 오늘은 그때보다 더 고상하고 우아한 느낌이 드는군요. 나이를 더 먹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 건 아니고… 평론가시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하려면… 원래 인터뷰를 많이 하는 편도 아니고요. 드물어요. 그 방면의 경험이 많지 않죠. 그래서 말을 조심하는 편입니다. 늘 그래왔어요. 고상한 것이 아니라 생각을 많이 하는 거예요.
세 번 생각하고 말하는.
그렇죠.
《비호외전》 이야기를 해 봅시다. 김용의 소설이 원작이죠. 김용의 작품 속 ‘협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묘인봉을 연기하면서 그런 협기를 어떻게 표현해 냈나요? 3화에서 묘인봉이 등장했을 때부터 협기가 넘친다고 느꼈어요. 그 수염 붙인 분장도 그렇고. 같은 김용 선생님의 작품인데, 묘인봉과 양소는 어떻게 다를까요?
협객이란 일단 두 가지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첫째는 무력. 무력은 그의 능력이죠. 협은 그의 정신이고요. 그 둘은 별개예요. 인의, 책임과 감정 사이에서 인의를 우선으로 하는 것. 제게는 이것이 김용 선생님의 무협 세계에서 묘사한 ‘협’의 정의입니다. 양소는 원래 소설에서 풍류 있고 멋스럽게 묘사되어 있어요. 무력도 강하고 EQ도 높죠. 아주 명망이 두터운 강호 인사예요. 명교에서의 위치도 그렇고요. 묘인봉은, 무력을 제외하면, 동시대로 놓고 보면 양소의 절반 정도겠네요. 묘인봉은 정과 의를 더욱 중시하는 인물입니다. 정과 의, 인의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그게 가장 큰 차이죠. 그리고 소설 속의 묘인봉은 좀 거친 인물이고, 무술바보에, 과묵한 사람이죠. 아마 겉모습에도 신경 쓰지 않을 테고요. 무림에서, 강호에서 멀리 떨어져 삽니다. 그러니 (둘은) 굉장히 달라요.
‘강호’ 두 글자를 말할 때 눈빛이 일순 예리해지면서 살기 비슷한 게 생기는 것 같네요. (아니에요) 두 번이나 협의지사를 연기했으니 협의 정신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지 않았을까요. 사실 저는 두 캐릭터의 겉모습이 많이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디테일에서 어떻게 다른지, 캐릭터의 설정이라든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머리 모양만 놓고 보면 실제로 좀 닮았죠. 하지만 묘인봉의 머리는 공들여 다듬은 것이 아니고, 양소가 더… (정교하죠) 정교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밖에도, 양소는 멋스러운 사람이죠. 사실 양소를 연기할 때 그 점 때문에 무척 힘들었습니다. 저로서는 퍽 곤란했어요. 왜냐하면 그런 멋스러움은 연기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타고나는 기질이죠.
일종의 타고나는 기질이 맞을 거예요. 다시 말해서 제게 그런 것이 없으면, 그런 캐릭터를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죠.
제가 보기엔 그런 기질이 있어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 점이 문제예요. 있는지 없는지는 시청자가 평가할 몫이죠. 제게 그런 기질이 있다, 연기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어요. 묘인봉은, 자신감이 있죠. 《비호외전》의 시대에 묘인봉의 무력이라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하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경기를 볼 때와 비슷해요. 챔피언을 보면 아주 멋져 보이죠. 멋있어요. 금메달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 모두가 멋져 보여요. 그와 마찬가지로, 그런 것이 자신감이에요. 나의 영역에서는 자신감이 충만한 거죠.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맞아요. 묘인봉의 자신감은 저절로 배어나오는 것이지,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묘인봉은 남과 싸우거나 겨룰 때가 많은데, 그런 자신감이 골수에 배어 있었을 거예요.
제 눈에는 또다른 변화가 보이네요. 몇 년간 만나지 않아서 그런지, 그저 직감이니까 틀릴 수도 있습니다만. 몇 년 전에는 더 자유분방해 보였는데 지금은 더 성숙하고, 내향적이고, 자아에 관한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런 특징이 캐릭터에도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까요?
분명 그랬겠죠. 왜냐하면 제가 느끼기에는, 이미지가 소설 속 묘인봉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거든요. 제가 방금 형용했던 묘인봉은, 겉으로 보면 건장하고, 우락부락하다는 말까지 들으니까요. 이렇게 형용하면 역시 이미지 상으로는 거리가 있는 거죠. 저로서는 제가 체득할 수 있는 만큼 해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의 자신감, 인내심, 허명에 구애받지 않는 부분 등, 인물의 내면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양소에 비하면 좀 더 강호 사람다워요. 신분 높은 사람이라기보다 재야 인사의 기질이 있어요.
묘인봉의 강호는 보다 정과 의가 있는, 의리 있는 곳이에요. 충의와 신의, 도의. 자신의 명예와 절개를 중히 여기고, 그런 면에 있어서는, 제 생각에는 양소보다 더한 것 같아요.
조금 전에도 호르몬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한 번 관심 있게 이야기해 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합니다. 지금 중국 남성 배우는 대개 예쁘장한 타입이 많잖아요. 당신 같은 유형은, 제가 하는 말로 평가하자면, 잘 아시겠습니다만. 호르몬이 진하게 느껴진달까, 아주 개성 있고,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어요. 요즘 젊은 배우 중에도 이런 사람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뷰어는 호르몬이라는 단어를 일종의 남성적 매력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음)
일단 호르몬이라는 것은 남이 느끼는 것이죠. 제게 그런 게 있는지 어떤지 저 자신은 느낄 수 없어요. 남이 느끼는 거예요. 제가 다른 배우를 볼 때도 똑같아요. 호르몬이 있는지, 제가 그걸 느낄 수 있는지. 남성향에 가까운 작품, 혹은 소위 호르몬이 느껴지는 소재, 머지않아 점점 많아지리라 생각해요. 사람들이 조금씩 그런 작품을 보고 나면, 취사선택을 하겠죠. 이성적 끌림이라도 좋고요. 호르몬이란 것이 얼마나 큰 능력과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굳이 말로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죠.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자연의 산물이죠.
《비호외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김용의 명작이니만큼 워낙 유명한 작품인데요. 하지만 김용 작품의 영상화는, 특히 최근 들어서, 곧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죠. 본인도 원작을 보셨잖아요. 이 드라마가 원작과 가장 다른 점, 혹은 바꾼 부분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보시기에.
저 개인적으로는, 소설에서… (드라마로) 드라마로 바뀌는 과정 중에 겪는 변화가 작품의 핵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봐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핵심은 바뀌지 않았어요.
정신적 본질이나, 혹은….
악은 정의를 이길 수 없다거나, 정과 의, 도의, 충정과 신뢰, 협의와 인의, 이런 것들은 변하지 않았어요. 플롯 상의 변화에 불과하죠. 드라마 연출에 좀 더 걸맞은 형태로, 등등. 하지만 저는 그 단계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저도 한 사람의 시청자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각본을 봤을 때 첫 번째 시청자로서 본 거죠. 이렇게 바꿨구나, 이 부분을 바꿨구나. 어떤 부분을 좋게, 혹은 나쁘게 바꿨는가. 지금은 저도 작품에 참여한 입장이에요. 그래서 객관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이 의견을 내거나 평가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비호외전》의 액션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습니다. 리듬감이 빠르고, 아주 짜릿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요. 촬영하면서 재미있었던 경험을 좀 공유해 주시죠. 고장극 무협을 찍어 본 경험이 한 번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나름 경험은 풍부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준비나 훈련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와이어 액션이라든가, 카메라 동선 맞추는 문제 같은 것들.
먼젓번 경험은 전혀 쓸모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먼젓번에는 어느 정도 허공을 때리는 것이었거든요. 상대가 아주 멀리 서 있을 수도 있는 거죠.
그린스크린 같은 건가요?
일이 초 정도 시전하면 상대는 쓰러져 있어요. 아마 그 때는 기공을 썼을 거예요. 기공 비슷한 것. 《비호외전》은 비교적 실제로 때리는 액션이 많았어요. 제대로 무기를 들고 싸우니까 좀 더 실전 같았죠.
감독님도 무술반 출신이시고. (조화 무술감독)
그래서 기본적으로 제 경험치는 0이었어요. 더 웃기는 건… 저는 20대의 마음을 갖고 있거든요. 항상 저 자신이 마음은 퍽 젊다고 생각했단 말이죠. 일상에서도 그렇고. 무술감독님이 우리에게 동작을 짜줄 때 처음에는 옆에서 이렇게 보고 있었어요. 음, 할 수 있어. 간단하네. 한 번 해 볼게요. 그리고 해보자마자 깨달았죠. 몸이 마음을 못 따라오더라고요. 그게 가장 긴장되는 부분이었어요. 급한 대로 벼락치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일 저녁 작은 목검으로 초식을 연습했어요. 기본 동작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훈련했죠. 대단히,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저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단호한데요. 이 드라마는 이미 방영되고 있잖아요. 이미 모두가 결과를 보고 계시죠. 그런데 인제 와서 ‘사실 그때는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어요, 그것만 아니었어도….’ 저는 이런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결과는 이미 거기 나와 있으니까요. 변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는 결과만 보니까요.
맞아요.
어떤 속사정이 있었건 상관하지 않죠.
변명해본 적이 없어요. 저로서는 노력했다, 온 힘을 다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거예요. 만일… 분명 호평도 있고 악평도 있겠죠. 다 받아들일 겁니다. 왜냐하면 이런 (무협 특유의) 신법이나 무기를 쓰는 작품을 시도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쿵푸 스타, 액션 스타 같은 분들이 정말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직접 해 보고서야 깨달은 거군요. 알고 보니….
해 보지 않으면 몰라요. 어쩌면…
그냥 창이나 휘두르는 걸로.
그냥 창이나 칼을 휘두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액션씬을 순서대로 찍었거든요. 초반 액션부터, 아주… 모두 시간 순으로 찍었어요. 플롯의 시간선을 따라 찍은 거예요. 초반의 저는 비교적 어설펐는데, 감독님은 저를 이런 앵글로 잡아줬어요. 그런 방법으로 저를 격려해 준 거죠. 그리고 처음에는 삼사 초 정도였어요. 칼을 네 번 휘두르고 멈추는 거죠. 그러고 나면 오늘은 칠팔 초, 심지어는 십 초. 연속 십 초예요. 일고여덟 명과 함께 칠팔 합을 맞추는 거예요. 당시의 저로서는 대단히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안대까지 둘렀기 때문에 시야가 좁아져 있었어요. 어려움이 있었고, 도전이었죠. 제게는 도전이었어요. 더군다나 그때는 날씨가….
엄청나게 더웠죠.
그런 횡점 날씨를 겪어 본 적이 없어요. 제가 횡점에서 고장극을 찍은 일이 드물어서 그럴지도 모르죠. 리허설 한 번 하고 나면 가발이 다 떨어질 정도였어요. 그러니까… 아주, 아주 훌륭한 경험이었죠.
또 해보실 생각이 있나요?
지금은 에어컨 켜 놓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아마….
불공평하네요.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그런 작품을 또 찍으라고 한다면, 역시 제 주제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이야기도 있긴 하죠. 좀 폼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도 많았어요. 멋있어서 시선을 빼앗기는 거죠. 멋져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는, 그런 평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묘인봉이라는 캐릭터의 기질, 성격, 형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가요?
사실 일부분은, 좀 전에 나왔던 화제에서 이미 이야기했는데요. 겉모습은 바꿀 수 없어요. 저의 모습이죠. 제가 묘인봉을 연기하면, 이미지가 (원작과)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저는 자신감이 묘인봉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무공에 관해서라면 무조건 자신 있는 거죠. 자신감, 제가 표현해 낸 것은 그런 자신감인데요. 하지만 그 자신감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보였다면, 저로서는 그냥 듣고 있어야겠죠.
본래 자신이 갖고 있던 요소라 연구할 필요가 없었다는 건가요?
연구할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연기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만일 남과 비무를 하고 논검을 하는데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면, 그게 묘인봉이겠어요?
이름부터 인중용봉(人中龍鳳, 용과 봉황처럼 남보다 뛰어난 사람)인데.
이름 이야기가 아니라… 타편천하무적수라고 하잖아요. 그런 호칭이 왜 붙었을까요? 이게 당시 제가 묘인봉의 무력에 대해 부여했던 일종의 상태예요. 자신감.
그만큼 강하다면, 용모가 어떻든 간에 쿨하고 거들먹거리는 기질이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세상을 하찮게 여긴다든가, 그런 이야기인가요?
거들먹거리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미 (지위가) 높잖아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죠.
이미 1등이라면 자신감이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만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면모는 분명 있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예를 들어 보죠. 당신이 아주 강한 사람인데, 나와 비무를 하게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되든 나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러면 굳이 말로 뭐라 덧붙이지 않을 거잖아요. 입으로 욕을 하고, 뭐라 하고, 싸울 수 있으면 그냥 싸우는 거죠. 나와 겨룰 거면 덤벼라. 상대적으로, 좀 더 남자다운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쓸데없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싸우고 싶으면 싸우자. 하지만 네 실력은 이 정도구나.
그런 태도는 내심의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군요.
묘인봉에 대한 저의 이해가 그런 거죠. 묘인봉은 그 방면에서 자신감이 있었을 거예요. 반대로 애정 문제에서는 자신감이 없고요. 할 줄을 몰라요.
요즘 고장우상극은 별로 안 찍으셨죠.
해본 적이 없어요.
이미지나 분위기가 고장우상극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장르는 당신처럼 성숙한 남성이 필요하거든요. 잘생겼으면서도 개성 있는. 고장우상극을 찍어볼 생각은 없어요? 특히 올해 들어 평가가 많이 바뀌고 있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전에는 뽀샤시한 색감과 필터라든가, 가짜 티가 나는 분장이 많았죠. 요즘은 비교적 현실적이에요. 현실주의를 추구한다고 아까 말씀하셨는데, 그런 현실적인 것도 많아요. 본인이 고장우상극 찍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그 장르로 가면 중년 남성으로는 끝판왕일 텐데. 팬도 많이 생길 것 같고요.
저는 사실… 스크린에서 다뤄지지 않은 소재가 아직 많다고 봐요. 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저는 신선한 시도를 즐기는 편인데요. 현실주의적인 주제 안에서요. 아까 호르몬 이야기를 하셨는데, 호르몬이 넘친다는 평가를 듣는 그런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우리 삶 속의 진정한 투사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군인.
군인이라거나 경찰.
소방관.
소방관 같은 분들. 그런 쪽을 좀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그런 진정한 투사야말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분들은 응당 고평가받아야 하고, 칭송받고 찬양받아야 마땅하죠.
맞아요. 아직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소재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싶고요. 그리고 고장우상극은, 바꿔서 말하면, 옛날 옷을 입은 우상극인 거죠. 그럼 연애 이야기 위주일 것이고, 간단히 말하면 로맨스라 할 수 있죠. 어떤 작품이건 어느 정도는 로맨스 요소가 들어갑니다. 《비호외전》에도 로맨스 플롯이 있고요. 로맨스가 드러나는 방식이 다른 거죠. 이 작품에서 저는 버림받지만요. 애정에 대해… 연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죠. 여성에 대해 잘 몰라요. 그런 것도 하나의 시도이자, 체험이었어요.
그러니까 고장우상극에 대해서는, 좋은 캐릭터라면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찍겠다는 건 아니다, 이런 자세군요.
네. 뭘 반드시 찍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비호외전》을 할 때도, 무협을 찍었으니까 하나 더 찍어 보자는 마음으로 한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정반대였죠.
매니징 팀에서는 그렇게 건의하지 않나요? 보통은 그렇게 이야기하죠. 고장우상극을 찍자, 요즘 시장에서 고장우상극이 핫하다, 당신과 잘 어울린다, 이런 식으로요.
네. 사실 저는 남의 의견 듣기를 좋아해요. 다들 많은 건의를 해 줍니다. 연기에 대해, 코디에 대해, 성격에 대해, 세상 물정에 대해서까지.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 작품에 관해서도요. 하지만 저 자신이 계획하는 영역에서만은 비교적 독단적인 것 같아요. 확고하죠. 그 방면에서는 저 자신의 고집이 있나 봐요. 그렇다고 떠벌리는 건 아니고요. 그냥 묵묵히 혼자 가는 거예요. 그뿐이에요.
떠들썩하게 뭔가 선포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 적은 전혀 없어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고요.
그렇죠.
좋습니다. 그렇다면 본인과 묘인봉의 성격은 닮은 편인가요? 하윤동 씨와 역할을 바꿨어야 한다는 말도 있어요. 분위기가 전귀농과 더 어울린다는 거죠. 본인이 어느 캐릭터와 더 닮았다고 생각하세요?
저 자신은 어느 쪽과도 그다지 닮지 않은 것 같아요. 다 안 닮았어요. 우선 그런 풍류공자도 아니고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저로서는… 가끔은 자기 자신을 숨기게 될 때가 있죠. 시청자의 시각으로, 평범한 사람의 시각으로.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전 그런 사람이에요. 평범한 보통 사람. 그런 거죠. 다만 저는 연기자고, 이제 묘인봉이라는 역을 맡았으니까….
묘인봉이 되어야죠.
묘인봉이 되어야죠. 김용 선생님이 그려내신 묘인봉을 최선을 다해 연기했고, 시청자 여러분이 흡족하게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게 제가 이 작품을 맡은 궁극적 목적이에요. 만일 제가 전귀농을 맡았다 해도 목적은 같았을 거예요. 어떤 캐릭터를 맡건, 결국은 그런 목적으로 하는 거죠. 누가 어디에 어울린다고 말하는 건, 그럴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는 거고요.
달리 말하면, 배우는 어떤 캐릭터라도 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직업적 본분이다. 그렇게 들리네요. 닮았다고 해서 연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요.
맞아요. 가끔은 저도 갭이 큰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저와 닮지 않은 캐릭터일수록 더 시도해 보고 싶고 도전해 보고 싶은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닮았건 닮지 않았건 그건 다 얼굴의 이야기죠. 물론 얼굴 때문에 가치관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지만요. 하지만 마찬가지로, 얼굴에 대한 인식을 뒤집고 곧장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하나의 능력일 거예요. 시청자로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역시 같은 생각이고요. 그런 것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게 맞아요. 그리고 다른 시청자도 좋아할 거예요. 어쨌거나 그게 현실이죠.
작은 의문이 드는데요. 당신의 외모나 분위기를 볼 때, 첩보전에 나서면 너무 쉽게 들통나지 않을까요. 우신 씨에게는 어떤, 젊은이들이 비교적 좋아하는 독특한 개성 같은 것이 있어요. 첩보전을 하려면 아주 평범해야 하잖아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해야죠.
그런 타입이 있는 거죠. 다른 타입으로는, 설정에 집중할 수도 있어요. 캐릭터 설정을 지정할 때….
직업적으로 그럴 수는 있겠네요.
그렇죠. 방금 말씀하신 것은 다른 종류고요. 남이 볼 때 기억에 인상 깊게 남아서는 안 되는. 또 다른 특정 방향의 설정도 있을 수 있고요.
제 생각인데, 배우가 가장 대단한 점은 자기 얼굴(체면)을 버리는 것이라고 봐요. 자신의 얼굴을 잊는 거죠. 하지만 그건 지난한 일이잖아요. 잘생겨지기는 어렵고, 평범해지면 남과 똑같아지니까요. 그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얼굴을 버린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기에 배우라는 직업은 얼굴이 없어요. 얼굴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얼굴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얼굴은 캐릭터의 얼굴이니까요. 제 얼굴이 아니고요. 내게 얼굴이 필요한지 아닌지가 아니라, 캐릭터에 이 얼굴이 필요한지에서 출발합니다. 만일 캐릭터의 얼굴이라면 그것이 더 중요하죠. 제 얼굴은 존재하지 않아요. 만일 저 자신이 겉꾸밈에 신경을 쓰냐고 물으신다면, 캐릭터의 꾸밈에는 신경을 써요. 제 얼굴이 아니고요. 누가 주체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예요.
작품에 ‘나’는 없고 캐릭터만 있다는 거군요.
‘나’는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작중의 이름만 있어야 하는 거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작품 홍보 기간이 아닐 때는 그다지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용하시죠.
홍보할 만한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퍽 이상하네요. 홍보를 즐기지 않는 성격이신데도 팬이 참 많아요. 먼젓번에 나눴던 대화도, 우리 사미독숙 채널의 웨이보나 틱톡에서… 맞죠? 팬이 참 많았어요. 그리고 딱 봐도 진짜 팬이더라고요. 우리는 진짜 팬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능력이 아주 대단하거든요. 이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조용히 지내는데도 한 무더기 사람들이 쫓아다니고 있잖아요. 별다른 팬서비스 같은 것도 안 해주지 않나요? 매일 팬사이트에서 채팅하는 것도 아닐 테고. 본인에게 어떤 흡인력이 있어 그분들이 따라다니는 걸까요? 십여 년 전, 이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일단, 비 형, 저는 제가 얼마나 환영받고 있는지 정말로 몰라요.
저는 맞다고 보는데요. 조회수가 엄청났거든요.
저는 모르겠어요. 가끔은 저도 매니저에게 물어볼 때가 있죠. 홍홍(紅紅), 홍 누나, 날 좋아한다는 사람이 그렇게 많아요? 그렇게 물어놓고도 저 스스로 생각해요. 다들 제 캐릭터를 좋아할 뿐이라고. 실제 현실도 그렇고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저를 모르니까요.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거죠. 한때, 혹은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마찬가지예요. 저 역시 그들을 몰라요. 하지만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를 사랑하죠.
전에도 이야기해 본 적이 있어서 하는 말인데요. 예전에는 스스로가 겉치레에 들떠 있었다고 생각하시는 편인가요? 달리 말하자면, 사람이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면 인식이라든지 여러 방면에서. 자기 직업의, 직업적 정의를 아주 성실하게 지키는 사람으로 변하는 거죠. 오히려 많은 구속을 받게 돼요. 그 누구보다도 이 직업이 아주 멋지기를, 대단히 이상적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런 루트, 스스로 생각하는 어떤 루트 같은 것이 있나요?
아뇨, 아니에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저를 너무 좋게 봐 주시는 거고요. 저는 사실 그렇게 훌륭하지 않아요. 어쩌면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생각하는 문제 역시 달라지는 것일 수 있어요. 젊을 때 경험하는 일이죠. 곧잘 생각 없이 말해 버린다든가, 남을 대할 때도 좀… 공감력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아주 정상적인 일이에요. 젊을 때는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라고 봐요.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하고도 아무런 발전이 없다면, 제 생각에는… 저 자신의 문제겠죠. 더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세계를 보는 관점 역시 명확한 변화가 있었고요. 저는 그 변화가 아주 뚜렷한 경우예요. 대단히 뚜렷해요. 제가 생각하는 문제도, 문제를 생각하는 각도도 변했다고 할 수 있죠.
저는 거의 본 적이… 당신은 항상 생각을 거쳐서 말한다는 느낌이거든요. 저도 남자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해 보았지만,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도 일부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한 마디 한 마디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다듬어요. 그것 역시 사회에 대한 인식을 자각하고, 자아를 느끼는 방식이 변화한 결과겠죠. 잘 아시는 이야기겠지만, 대부분의 남자 배우는 특정한 나이가 되면 대단히 큰 변화를 겪으면서 폭발력을 지니게 됩니다. 심지어는 이게 바로 그 사람이라고 남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언젠가 자신이 겪었던 변화와 꼭 들어맞는 역할을 맡아 그런 폭발력을 드러낼 수도 있을까요? 변화 과정 자체를 온전히 담아내는 거죠.
변화 과정 자체를 온전히 담아내는 것은 여건이 갖춰지면 자연히 이뤄질 일이죠. 그렇게 하고자 한다고 반드시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하게 될 수도 있어요. 예상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도 예를 들어 볼까요. 이설건 선생님. 십여 년, 심지어 이십여 년 동안 대단히 스펙트럼이 넓은 캐릭터를 선보여 오셨죠. 하지만 그 모든 캐릭터가, 제가 보기에는, 흠 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하나같이 자연스럽기 그지없죠. 저 자신이 그런 배우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 하지만 어떤 타입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겠다, 이런 타입 혹은 저런 타입에 어울린다, 이런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배우의 길에 들어선 이상,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는 거니까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만일 저 자신에게 ‘나는 이런 타입이 되기 위해 연기를 한다’고 말한다면, 제가 배우 일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과는 다른 거예요.
이렇게 말해 봅시다. 지금 배우로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뭘까요? 순서를 매겨 본다면, 첫째는 당연히 돈을 버는 것이겠죠. 먹고 살아야 하고, 아이도 있으니까. 두 번째는, 더 이름을 알리는 것. 세 번째는, 순수한 행복.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연기를 하다 보면 연기 자체가 행복하다고 느껴요. 짜릿한 거죠. 저도 카메오 출연을 많이 하잖아요. 정말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던데요. 카메라 앞에서 타인의 인생을 연기한다는 것이 정말 멋진 일이더군요. 자신과 완전히 다른 누군가로 변하잖아요.
맞아요.
아주 즐거웠어요.
그렇죠.
스스로 순서를 매겨 보시면 어떨까요? 돈 이야기 하셔도 됩니다. 돈 때문에 일하는 거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정상이에요.
맞아요. 그러니 돈 문제는 제껴두죠. 제 생각에 그 문제는 영구불변이거든요. 생존해야 하니까.
가정에 대한 책임도 있고요.
생존이라는 것은 인류 역사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발전하며 존재해 온 의의라 할 수 있죠. 생존을 위해. 예전에 해 본 적이 있는데, 명성을 위해 어떤 일을 해 본 적이 있는데요. 하지만 나중에 보니 그건 다른 것만 못했어요.
순수한 즐거움만 못했군요.
순수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만 못하고, 제가 명성에 관해 잊어버렸을 때… 어떤 때는 오히려….
뜻밖의 기쁨을 주고요.
뜻밖의 놀라움을 주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과정 속에서… 좀 전에 제가 또 변했다고 하셨죠. 사실은 그런 길을 걸으면서 천천히 변해가고 있는 거예요.
수행(修行)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어요. 차츰차츰 갈무리해 가는 한편, 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하고요.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이 일종의 친근감이었으면 좋겠네요. 긍정적 힘, 친화력. 편안함. 남에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감각. 원래는 남에게 주는 첫인상이 그리 편안하지 못했어요. 거들먹거리고.
그런 건 아닌데, 좀 공격적으로 느껴졌을 수 있죠.
맞아요. 그럴 수 있죠. 그래서 지금은 저 자신이 그런 느낌을 주지 않았으면 해요.
하지만 저는 공격성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건의하고 싶네요.
연기할 때 쓸 수 있겠죠.
맞습니다. 칸막이를 쳐 두는 거죠.
네. 저는 일상 생활을 말한 거예요.
당신의 매력에는 공격성도 일부 포함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따지자면 스트레이트 상남자인데요. 아무래도 우리 같은 스트레이트가 절대 다수일 것이고. 가끔은 호르몬이 필요해요. 개성이 필요한 거죠. 저도 아이가 있는데, 아이가 자라날수록 남성다운 분위기나 특징이 없어지는 걸 보면 초조하고 다급해져요. 시대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데에는 배우도 책임이 있지 않나요. 세상에 남성의 매력을 가르치는 것, 그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미국만 해도, 톰 크루즈 같은 사람이 자기 근육과 지능, 매력을 보여주고 있죠. 그래야만 사회가 절묘한 균형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이해하기로는 호르몬 자체에는 성별이 없어요. 모든 것을 포괄하죠. 성별의 구분이 없어요. 저도 아마 스트레이트에 속할 텐데요. 그러니 제가 표현할 수 있는, 혹은 시청자 여러분께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은 남성 호르몬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다른 유형의 배우들 역시 저마다 다른 범위 안에서 똑같이 그렇게 할 거고요. 하지만 그러려면 공명이 필요합니다. 주변 사람과 공명할 수 있어야 해요. 이 분위기를, 이런 환경과 힘을 공명시킬 수 있어야죠. 상대방이 그것을 느낄 수 있고 또 기쁘게 받아들인다면 그게 맞을 거예요.
《비호외전》 질문을 할까요. 요즘 대부분 무협물은 무협+라고 불리죠. 무협+로맨스, 무협+코미디. 무협+코미디. 사실 《비호외전》은 아주 순수한 근원적 무협이에요. 그런데 그 순수함 때문에 시청자를 일부 잃을 수도 있고, 조회수에 영향이 갈 수도 있거든요. 여기서 시청자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드려 볼까요. 《비호외전》을 추천하는 거죠. 우리 프로그램의 시청자에게 《비호외전》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비 형의 질문은 언제나 예리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렇게 제안하고 싶어요. 만일 독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시간이 없거나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이 드라마를 보시는 것이 《비호외전》 소설을 보는 것과 같을 겁니다. 온전히 재해석해 냈으니까요. 만일 독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게다가 김용 팬이라면, 이 드라마를 보시고 저희에게 의견을 주시길 바랍니다. 어디를 어떻게 바꿨는지 봐 주세요. 정성껏 찍은 작품이니까요. 긍정적 의견과 비판을 받을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업데이트 시간이, 매주….
수목금이에요.
수목금이군요. 그것 참 과학적 배치네요.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우신 씨 고장극에서 참 멋있긴 한데, 패도총재가 더 어울리더라. 그 작품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 많나 봐요. 《아희환니》 이후로 팬이 더 늘어난 것 같은데요. 당신이 연기한 패도총재가 상상 속의 패도총재 그 자체였던 거죠. 패도총재에 대해서든, 고장극이나 무협 인물에 대해서든 본인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제가 시청자 여러분께 제 다른 작품을 봐 달라고 요구할 순 없죠. 왜냐하면 저는 지금 여기 《비호외전》 이야기를 하러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잠시 옆길로 새자면, 시청자 여러분이 제가 출연한 《아희환니》를 보시고, 《비호외전》도 보시고, 다른 작품도 보셨다고 치죠. 《호호생활》이라든가 《쌍면신탐》. 아마 다른 부분이 있을 거예요. 이 사람은 다른 각도에서 캐릭터를 빚어내려 해 왔구나. 이 캐릭터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구나. 아주 뚜렷할 거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 《아희환니》 출연은 제게 있어서는 정말 대단한 도전이었습니다. 물론… 웬 도전을 그리 많이 했는지 모르겠네요. 《비호외전》 출연도 도전이었고, 양소로 인터뷰할 때도 도전이라고 말했었는데요. 정말로 도전이었어요. 왜냐하면 연기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해본 적이 없어서요.
다 첫 번째 시도였죠.
다 처음 해 보는 시도였고요. 그래서 시도가 성공하면 다들 그 모습이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고, 시도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면 다들 잊어버리겠죠. 언젠가 또 시도가 성공한다면 시청자들은 그 모습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배우라면… 배우로서 저는 저 자신이 끊임없이 시도해 보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어떤 역을 성공하고 나면 그런 타입은 이제 안 하겠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패도총재 때도 분명 이홍 매니저가 비슷한 각본을 한 무더기 받았을 겁니다. 옛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그랬잖아요. 《타이타닉》 이후에 매니저는 백마 탄 왕자님 역할을 많이 맡으라고 했지만,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다죠.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안 한다고. 본인도 그런 자세인가요? 물론 이건 좀 과장일 테지만, 비슷한 마음가짐인 것 아닌가요? 신선한 역할일수록 더 흥분된다든가.
저 자신이 특정한 타입의 캐릭터와 연관되거나 구속받지 않았으면 해요. 나는 이런 타입 캐릭터다, 그러면 아까 이야기했던 제 초심과는 어긋나잖아요. 저는 한 가지 유형의 캐릭터만 연기하기 위해 배우가 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정반대로,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배우가 된 거죠. 다른 인생을 체험하고, 시청자에게 다양한 인격의, 여러 사람을 보여드리고, 공감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고요. 의식의 한 형태이자 문화적 교류예요.
마지막 반항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머님이 유명 제작자이신 걸 모두 알잖아요. 하지만 제작자로서의 원칙은 (배우라면) 한 가지 캐릭터에 투철해지라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시장에서 더 많은 발언권과 상업적 가치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당신은 정반대네요. 그것 역시 일종의 반항이지 않을까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단히 반항적이죠. 저희 어머니가 하신 말씀은 그와 정반대였으니까요. 옛날 어느… 지금도 굉장히 인기 많은 스타이신데, 그분이 막 유명해졌을 무렵 제게 지극정성으로 거듭 충고해 주셨던 말이에요.
사실 일리 있는 말이잖아요. 어떤 각도에서는.
좋은 말이죠. 지금까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니까요. 굉장히 적확한 충고였어요. 하지만 방금 말씀하셨던 대로, 마지막 반항인 거죠. 난 싫어요. 난 그렇게 안 할래요.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해 볼래요. 그게 저예요. 저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대단히 힘들고도 몹시 즐거운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신 씨. 다음에도 신작과 함께 사미독숙에 찾아와 주세요.
감사합니다, 담 선생님.
우리 사미독숙은 언제까지나 당신이 돌아올 항구예요.
감사합니다.